26일 나고야 시내 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 나선 박민호와 김홍록. 사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힘든 레이스를 펼친 박민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레이스 도중 입은 부상 때문이었다. 그의 얼굴엔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박민호(국군체육부대)는 26일 일본 나고야 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육상 남자 마라톤 42.195㎞ 코스를 2시간 15분 35초에 달려 8위에 올랐다. 함께 출전한 김홍록(한국전력)은 2시간 18분 27초로 10위에 올랐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박민호는 우승자인 야마시타 이치타카(일본)를 비롯한 선두 그룹에 따라붙었다. 섭씨 22도로 마라톤하기엔 다소 덥고 습한 날씨라 기록보다는 순위가 중요한 레이스였고, 잘 붙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페이스가 떨어졌다.
26일 나고야 시내 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 나선 박민호. 사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발바닥이 찢어진 게 문제였다. 박민호는 “15km쯤부터 ‘작은 돌멩이가 끼었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계속 찢어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경기 전엔 부상이 전혀 없었고 컨디션도 좋아서 스스로도 기대할 정도였다”며 “마라톤을 하다 보면 흔하진 않지만 변수로서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그게 내게 생겨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박민호는 “전략이라기보다는 경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어느 정도 속도에 내가 반응할 수 있는지 체크를 했고, 충분히 괜찮게 느껴져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발바닥이 좋지 않았다”고 아쉬웠다.
한국 마라톤은 9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세계기록이 1시간으로 접어드는 사이 한국은 여전히 따라가지 못했다. 2000년 이봉주가 수립한 한국기록(2시간 7분 20초)을 깨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2시간 10분대 기록을 가진 선수도 박민호가 유일하다. 동호인과 기록까지 좁혀지면서 마라톤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박민호는 “나와 오늘 함께 출전한 김홍록 선수가 앞에 있는데 이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결과에 따른 질책과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주눅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제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분발하는 게 우리가 해야 될 일인 거 같다”고 말했다.
생애 첫 종합대회를 마친 김홍록도 무거운 표정이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마라톤 경기를 펼쳤다. 가족의 응원 속에 최선을 다했지만, 기록도 순위도 아쉬웠다.
김홍록은 “아쉬움보다 반성이 더 많은 경기다. 사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뼈저리게 느꼈다. 준비 과정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 그렇지 못했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기록도 중요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순위가 더 의미있는 경기다. 김홍록은 “선두 그룹에 들어가기보다는 따라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후반에 잘 따라가다 붙으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돌아봤다. 김홍록은 이제 20대 초반이다. 아직 마라토너로서의 전성기를 맞지 않은 그는 “당장의 목표는 2시간 9분대다. 좀 더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경선(제천시청)은 2시간 41분 31초로 여자부 출전자 18명 중 12위, 임예진(충주시청)은 16위(2시간 58분 16초)에 올랐다. 두 선수는 기록 기준으로 선발됐으나, 부상 여파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최경선은 “완전히 좋은 컨디션으로 와서 선두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사 훈련과 부상으로 좋지 않은 못 보여서 죄송스럽다”고 했다. 정강이 피로골절과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 임예진은 “기록 면에서도 좋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이 처음이라 욕심을 부려 준비했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순위권에서 벗어났지만 끝까지 달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4위에 올랐던 최경선은 “이번이 세 번째라서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어렵게 기회를 얻은 거라 꼭 다시 한 번 완주하고 싶었다.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예진은 “지난해 몸이 좋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훈련을 하다 쉬다를 반복했는데, 아시안게임이 처음이다 보니 쉽게 내려놓긴 어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