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건강입니다. 특히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사망 원인 1위인 암입니다. 전 생애에 걸쳐 내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이자 최대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국가 검진이 이뤄지는 5개 암(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의 예방·치료법 등을 연재합니다. 다섯 번째는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말하는 자궁경부암입니다.
42세 김모씨는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자궁경부암 검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받은 자궁경부 세포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추가 검사 결과, 다행히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종양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자궁을 적출하지 않고 자궁경부의 병변 부위만 원뿔 모양으로 제거하는 원추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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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에 해당하는 자궁경부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자궁내막암이나 자궁육종 등 다른 자궁암과는 발생 원인부터 진단·치료 방법, 예후까지 다르다.
자궁경부암의 특징은 발생 원인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지속적으로 감염돼 발생한다. HPV 백신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암으로 진행하기까지 비교적 긴 전암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정기검진으로 암이 되기 전에 발견해 치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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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HPV 감염, 오래 지속되면 암으로
자궁경부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위험 HPV 감염이다. 자궁경부암의 99% 이상이 고위험 HPV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 16형과 18형 등이 자궁경부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고위험 유형이다.
HPV에 감염됐다고 모두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HPV 감염은 비교적 흔하지만, 상당수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문제는 고위험 HPV 감염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다. 감염이 지속되면 자궁경부 세포에 변화가 생기고, 자궁경부 상피내종양이나 이형성증이라고 부르는 전암 병변을 거쳐 일부가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HPV에 감염된 뒤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 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병변을 발견해 치료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이른 성경험이나 여러 명의 성 파트너 등 성생활과 관련된 요인이 자궁경부암의 원인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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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어도 검진…암 되기 전 찾아낸다
자궁경부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암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다. 성관계 후나 생리 기간이 아닌 때, 또는 폐경 이후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질 분비물이 늘거나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암이 주변 조직으로 퍼지면 골반이나 허리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방광이나 직장을 침범하면 배뇨·배변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검진으로 병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선별검사가 자궁경부 세포검사다. 흔히 ‘팝스미어 검사’라고 부르며, 자궁경부에서 세포를 채취해 비정상적인 변화가 있는지 확인한다.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추가 검사를 통해 자궁경부 상피내종양과 같은 전암 병변인지, 실제 암으로 진행했는지 확인한다. HPV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도 자궁경부암 위험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전암 단계를 거친다. 이 기간에 검진을 받으면 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병변을 발견할 수 있다. 이미 암이 발생했더라도 비교적 초기에 발견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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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엔 자궁 보존도 가능…백신·검진으로 예방
자궁경부암 치료는 암이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종양이나 매우 초기의 자궁경부암은 자궁 전체를 제거하지 않고 원추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암이 자궁경부에 국한된 초기 단계에서는 수술을 고려한다. 대표적인 수술이 광범위 자궁절제술이다. 일반적인 자궁절제술과 달리 자궁뿐 아니라 암이 퍼질 가능성이 있는 자궁 주변 조직까지 넓게 제거한다.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림프절 절제술을 함께 시행할 수도 있다.
암이 자궁경부 주변으로 더 진행됐다면 방사선치료가 중요한 치료법이 된다. 필요한 경우 저용량 항암제를 방사선치료와 함께 투여하는 동시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다른 장기로 전이됐거나 재발했다면 환자 상태에 따라 항암치료나 표적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젊은 환자에게는 향후 임신과 출산 가능성도 중요한 문제다. 암이 초기 단계이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자궁을 보존하는 가임력 보존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자궁 전체를 적출하는 대신 암이 발생한 자궁경부와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암의 크기와 병기, 전이 여부 등을 면밀하게 평가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궁경부암 예방 HPV 백신 가다실. [EPA=연합뉴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핵심은 HPV 백신 접종과 정기검진이다.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부르는 HPV 백신은 암 자체가 아니라 암의 주요 원인인 HPV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HPV는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질암과 외음부암, 항문암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 유형은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HPV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정기검진은 받아야 한다. 백신과 검진은 서로 보완하는 예방 수단이다. 백신이 HPV 감염을 예방한다면, 검진은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의 세포 변화를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자궁경부암은 발생 원인이 명확하고 암이 되기 전에 병변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암이다. 증상이 없다고 검진을 미루기보다 백신 접종과 정기검진을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