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혼자 사는 프리랜서 정모(33)씨는 대부분의 끼니를 혼자 해결한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바로 일을 시작한 탓에 학창 시절 친구들과 관계는 대부분 끊겼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도 마땅찮았다. 고정적인 직장이 없어 친하게 지내는 동료도 ‘0명’에 가깝다. 정씨는 “식사는 거의 집에서 배달 음식이나 근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귀찮으면 아예 거르기도 한다”며 “이런 생활이 워낙 오래돼서 딱히 외로움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했다.
정씨처럼 ‘혼밥(혼자 밥 먹기)’을 즐기는 이른바 ‘아싸(아웃사이더, 자발적 외톨이)’가 청년층에 흔하다는 게 요즘 사회적 통념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사회와 얼마나 연결되는지는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나 선호가 아니라, 학력·지역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MZ세대는 자발적으로 혼자 있다’는 말이 모든 청년에게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11~12월 전국 만 19~39세 청년 5185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청년종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연구진은 ‘사회적 연결성’을 ▶친구·지인 관계 ▶사회단체 참여 ▶여가·문화 활동 ▶정치 참여 등 7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성별·학력·계층·지역에 따른 집단 간 차이를 살펴봤다.
격차를 가르는 가장 뚜렷한 변수는 학력이었다. 다만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느냐’ 여부가 결정적이었다. 4년제 졸업자들 사이에서는 상위권 대학인지, 아닌지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4년제 대학 졸업자와 전문대 이하 졸업자(고졸 포함) 간 차이는 두드러졌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고졸 이하)을 지방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비교해보면, 평일 혼밥 비율이 4.3%포인트나 높았다. 소셜미디어(SNS)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6.3%포인트 높았다.
정치 참여에서도 차이가 컸다. 사회·정치 문제에 관해 대화하는 비율은 대학 미진학자가 지방 4년제 졸업자보다 7%포인트 낮았고, 투표 참여 비율은 8%포인트나 낮았다. 두 집단 내 정치 고관심층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실제 참여 비율에선 차이가 컸다. 연구진은 “대학 미진학 청년들의 낮은 정치 참여가 기회의 불평등에 기인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출신 지역이 서울인지, 지방인지에 따라서도 사회적 연결 수준에 차이가 났다. 지방 대도시(광역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청년의 혼밥 비율은 서울에서 고교를 나온 청년보다 4.4%포인트 높고, 가족 외 타인과 식사하는 비율은 10%포인트 낮았다. 지방 중소도시·농어촌 등에서 고교를 나온 청년은 서울 출신보다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이른바 ‘모태솔로’ 비율이 10.5%포인트나 높았다.
20대 중반에 지방에서 상경한 이모(29)씨는 “한때 고향에서 평생 사는 것도 생각했었지만, 주변에 20~30대 자체가 적어 연애하기도 힘들었다”며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도 없어 서울행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줄곧 서울에서 산 직장인 박모(31)씨는 “원하면 언제나 친구나 직장 동료를 만나 맛있는 걸 먹는 게 일상”이라며 “주변 친구들 모두 20대 초반에 연애를 하는 분위기라 모태솔로를 본 기억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런 청년층 내 ‘연결 불평등’ 문제는 취업 지원, 출산 지원금 등의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단순 소득 보전을 넘어 청년이 관계를 맺고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지역의 공연·전시 공간과 스포츠 시설, 소모임을 확대하고, 전문대·고졸 청년의 참여를 가로막는 취미 모임 등의 비용·정보 장벽을 낮추자는 제안이다. 연구진은 특히 “지방 인프라 투자를 문화 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저출산·지역소멸 대응 정책의 핵심 의제로 위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경남 지역의 청년 유출 문제를 다룬 책 『경남 청년 엑소더스』를 출간한 김유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도 “일자리와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에 남은 청년들 사이에 패배 의식이 번져가는 건 엄연한 현실”이라며 “청년의 고립을 단순히 문화나 복지의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