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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바다 뚫는 K조선, 북극항로 열리자 ‘극지선박 두뇌’ 만든다

중앙일보

2026.09.26 17:00 2026.09.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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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가 지난 22일 북극항로로 출발하며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가 지난 22일 북극항로로 출발하며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국내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영국·네달란드·폴란드를 거쳐 북극해역을 운항해 다음 달 중순께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도 이 항로를 달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한국선급은 인하대와 함께 극지선박 핵심 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쇄빙선 등 극지선박의 핵심은 유빙이나 평탄빙을 밀고 깨뜨리는 과정에서 얼음이 선박에 가하는 힘(빙하중)을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 3사가 이번에 공동 개발하는 기술은 선박이 얼음의 힘을 버텨낼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빠르게 계산하는 ‘극지 운항 선박의 두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조선 3사가 연구비용과 실측 자료 등을 제공하고, 김유일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팀이 연구를 맡는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선박 설계와 실제 운항, 두 가지 단계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선 설계 단계에서는 어떤 선박의 형상이 얼음 저항을 덜 받고, 어느 정도의 선체 보강과 추진력이 필요한지 판단에 활용한다. 운항 단계에선 배 앞에 나타난 얼음의 두께와 상태를 보고 배가 그대로 뚫고 지나갈지, 우회할지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기존에도 빙하중을 해석하는 기술은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번 연구는 실시간 시뮬레이터로 구현해 실제 운항에서도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스웨덴 쇄빙선의 조감도. 사진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스웨덴 쇄빙선의 조감도. 사진 HD현대중공업

조선 3사가 나서 극지선박 설계·운항에 필요한 기술을 국산화하려는 것은 향후 이 시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는 세계 쇄빙선 시장이 2026년 15억4000만 달러에서 2033년 21억9000만 달러(약 3조원)로 연평균 5.1%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북극항로가 열리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상업용 극지선박의 시장도 훨씬 커질 전망이다. 북극이사회(Arctic Counsil)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운항 선박은 2013년 1298척에서 2025년 1812척으로 40% 증가했다. 여전히 고기잡이배(어선)가 587척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스운반선이 1척에서 40척으로 늘고, 원유운반선도 17척에서 48척으로 늘어나는 등 상업용 선박의 성장세가 특히 가파르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K조선이 우위를 갖는 고부가 선박의 수요가 북극항로에서도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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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은 이미 극지 항해용 상선 건조 경험이 있고 최근엔 쇄빙선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스웨덴 해사청으로부터 쇄빙선 1척을 수주했다. 쇄빙선 강국인 핀란드, 노르웨이 등과 경쟁해 국내 조선소 최초로 해외 쇄빙선 수주에 성공한 사례다. 한화오션은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쇄빙 LNG운반선을 건조해왔다. 현재는 국내 최초의 연구용 쇄빙선 ‘아라온호’보다 2배 이상 큰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바닷길이 막히면서 각국이 북극항로를 주목하고 있지만, 상업성은 변수가 적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북극항로가 유럽까지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항로를 여름에만 사용할 수 있고 보험료나 통행료도 비싸다. 게다가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에 따라 항로가 막힐 우려도 있다”고 했다. 김유일 교수는 “북극항로 개발은 경제성 같은 요인이 중요하고 기술 장벽은 그 다음이라고 본다. 하지만 시장이 열릴 때를 대비해 기술적 준비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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