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 HLB가 19년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판매 허가를 받았다. 다만 승인 대상은 HLB가 2007년부터 도전해 온 간암치료제가 아닌 2024년 미국 바이오 기업에서 들여온 담관암 신약 ‘리픽투’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FDA에 항암 신약의 신약허가신청서를 직접 제출해 승인받은 첫 사례다.
HLB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가 FDA로부터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FGFR2) 표적 항암제인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리픽투는 FGFR2 유전자 변이가 있는 진행성 담관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기존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후속 치료제다. 담관암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지나가는 통로인 담관에 생기는 희귀암으로 임상에서 환자의 46%가 암이 사라지거나 종양 크기가 줄었고, 효과가 지속한 기간의 중앙값은 11.8개월이었다.
앞서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미국명 라즈클루즈)는 2024년 FDA 승인을 받았지만,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얀센이 허가 절차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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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직접 허가 신청, 첫 승인
리픽투 임상시험을 이끈 스탠퍼드대 암센터의 리피카고얄 박사는 “리픽투는 기존 FGFR 억제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내성 변이를 포함해 FGFR2를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며 “진행성 담관암 환자에게 중요한 차세대 정밀의학 치료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픽투는 미국 릴레이테라퓨틱스가 ‘RLY-4008’라는 이름으로 개발하던 후보물질이다. 엘레바는 2024년 12월 최대 5억 달러(약 6800억원) 규모 계약으로 전 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뒤 임상자료 분석과 허가 전략 수립, NDA 제출과 FDA 대응을 맡았다. 자체 개발 신약을 해외에 기술수출하는 방식과 다르게 외부 임상 자산을 들여와 직접 허가와 판매까지 추진한 사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HLB 본사 전경. 사진 HLB
HLB가 장기간 FDA 허가를 추진해온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간암 병용요법은 아직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4년 이후 세 차례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고, 지난 7월에는 항서제약의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HLB는 해당 시설이 FDA 실사에서 ‘자발적 개선 권고’로 분류돼 주요 문제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FDA 허가 재신청도 추진할 계획이다.
진양곤 HLB그룹 의장은 “기술수출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신약 개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신약 승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이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과제는 상업화와 시장 확대다. 엘레바는 올해 4분기 미국에서 리픽투를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다른 FGFR2 변이 고형암으로 적응증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피어스파마는 리픽투가 인사이트의 ‘페마자이레’, 다이호온콜로지의 ‘리트고비’ 등 기존 FGFR 억제제와 경쟁할 것이라며 리픽투는 FGFR2를 선택적으로 겨냥해 다른 유사 단백질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