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발언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국빈 방문 기간 동안 미·중 전략적 안정관계 수립, 연내 상호 방문, 이란의 핵 개발 불용,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동맹 관계 강조 등 여덟 가지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성과 목록에 관심을 모았던 대만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11년 만에 성사된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은 국내 정치적 수요에 맞춘 동상이몽(同床異夢), 다투면서도 판을 깨지 않는 투이불파(鬪而不破), 논란은 뒤로 남기는 각치쟁의(擱置爭議)의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8대 성과 중 첫 번째로 “양국이 존중·공평·대등에 기초한 건설적 전략안정관계를 구축하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왕이 외교부장도 양국 정상이 “존중·공평·대등의 중요성을 명확히 했다”며 “이번 방문의 중요한 정치적 성과”로 꼽았다.
반면 백악관이 발표한 팩트시트는 세번째 범주에서 존중(respect), 공평(fairness), 호혜(reciprocity)에 기초한 건설적 전략안정관계라고 표현했는데, 중국의 대등(Equality)과는 다른 뉘앙스였다.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강대국임을 인정받았다는 뉘앙스를 풍긴 반면, 미국은 외교·무역에서의 상호 이익을 강조한 셈이다.
양자 관계의 재정립을 놓고 리밍장(李明江) 싱가포르 난양공대 부교수는 “미·중 전략적 경쟁을 관리하기 위한 정치·외교적 노력”으로 평가하면서도 “공평과 대등의 해석을 놓고 양측은 상당한 이견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연합조보에 말했다. 국내 선전을 노린 중국어 ‘대등’과 영어 단어 ‘호혜’의 선택은 동상이몽에 가까운 이번 합의의 성격을 함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분야에서 두 정상은 국내 정치적 수요에 맞춰 싸우면서도 판을 깨지 않는 투이불파의 실용적 휴전을 선택했다. 시 주석은 한 달 뒤 열릴 20기 5중전회에서 펼칠 강도 높은 반부패 캠페인을 위한 동력과 내년 21차 당 대회를 위한 내부 결속과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할 대미 관계에서의 성과가 필요하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총액 300억 달러 규모의 대등 관세 인하 계획에 합의하고, 쿠알라룸푸르 경제·무역 협의의 성과를 확대한다”며 지난해 10월 25~26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 결과도 다시 거론했다. 당시 양국은 미국의 대중국 상호관세 중 이미 유예 중이던 24%포인트의 적용을 1년 더 미루는 데 뜻을 모았다. 이 합의는 같은 달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을 거쳐 확정됐다. 이번에 유예 조치를 단지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은 “성과를 확대한다”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미국이 발표한 2028년까지 연간 최소 1000만 톤의 석탄 수입은 중국 측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대만 문제는 양국 모두 성과에 담지 않았다. 다툼은 남기는 각치쟁의(擱置爭議) 전술이라고 대만 연합보는 분석했다. 린쯔리(林子立) 대만 둥하이(東海)대 교수는 “대만이 미·중 서로에게 레드라인인 상황에서 다툼을 잠시 접어두는 방법이 최선이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안의 협력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오는 11월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를 계기로 중국에서 열릴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이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은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시 주석과 대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진핑은 내 입장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는 25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해협의 평화를 원한다. 억압을 원하지 않으며, 독립을 지지하지도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시 주석도 이 메시지를 이해했을 것으로 생각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주장을 존중하고 경청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독립’ 반대를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신화사는 전했다.
한편, 중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중 양국이 일본에 맞서 함께 싸웠다는 맹우(盟友) 관계를 네 번째 성과로 내세웠다. 중국중앙방송(CC-TV)의 SNS 계정인 위위안탄톈(玉淵譚天)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일한다’는 뜻의 중국어에서 유래한 단어 ‘겅호(工合)’를 언급했다”며 “1937년 미국 해병대 장교가 중국의 항전을 조사하며 옌안에 가서 팔로군과 ‘중국공업합작협회’ 운동을 접했고, 이후 ‘겅호’를 미군 부대 사병의 협력을 고취하는 구호로 사용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시 주석이 백악관에서 말한 “2차 세계대전 중 중국과 미국이 어깨를 맞대고 파시즘에 맞서 싸웠다”는 발언도 강조했다.
샹하오위(項昊宇)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교수는 “역사적으로 중·미는 전후 국제질서를 만들었고, 현실에서 두 나라는 많은 이익 공유점을 갖고 있으며, 미래를 향해 두 나라는 세계 안정을 유지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추진이라는 강대국의 책임을 지고 있다”며 미·중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이 발표한 미·중 정상회담 8대 성과
① 존중·공정·대등에 기초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구축
② 양국이 각각 주최하는 APEC·G20 정상회의 상호 지원 및 정상들의 참여
③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 국제 수로에 대한 통행료 부과를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
④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중이 동맹국으로 함께 싸운 역사 상기
⑤ 3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 방안을 마련 및 쿠알라룸푸르 무역협상 합의 연장
⑥ 마약 단속 분야에서 양국 법 집행기관의 협력 성과 확인
⑦ AI의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는 대화 및 AI 관련 사고에 대응할 소통 채널 구축
⑧ 중국이 애틀랜타 동물원에 임대한 판다 한 쌍의 미국 도착을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