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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테러 당한 분당 ‘시진핑’…“상호 바꾸라” 50명이 협박했다

중앙일보

2026.09.27 00:28 2026.09.2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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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이름을 상호로 쓴 식당 외부. 지난 24일 새벽 중국 국적의 남성 4명으로부터 래커칠 등 테러 피해를 당했다. 이아미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이름을 상호로 쓴 식당 외부. 지난 24일 새벽 중국 국적의 남성 4명으로부터 래커칠 등 테러 피해를 당했다. 이아미 기자


중국 최고지도자 이름을 상호로 쓴 경기도 한 중식당이 한밤중 테러를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식당은 지난해 7월부터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 여러 명에게서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상호를 바꾸라”는 협박과 회유를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테러 당일인 24일 중국으로 도주한 중국인 용의자 4명을 쫓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40대 중국인 A씨 등 남성 4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추적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24일 새벽, 중식당 ‘시진핑’에 침입해 이른바 ‘래커·농약 테러’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용의자들은 범행 직후 함께 택시를 타고 서울 지역 한 숙소로 이동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옌타이와 상하이 등지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국 국가주석 이름을 상호로 쓴 식당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이아미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국 국가주석 이름을 상호로 쓴 식당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이아미 기자


27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상가. 연휴 마지막 날로 한산한 거리 한편에 중식당 ‘시진핑’의 간판 글씨가 검은색 래커로 덧칠돼 있었다. 가게 앞에는 깨진 유리 파편과 검은 페인트로 뒤덮인 계산대 포스(POS) 단말기 등이 ‘폐기물 위험’이라고 적힌 종이와 함께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굳게 닫힌 가게 유리창 안 바닥엔 캔음료·양파·손수레 등이 널브러져 있었고, 주방으로 통하는 외부 출입문에는 노란색 경찰 통제선이 쳐져 사건 직후의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사건 발생 전날인 23일 오후 7시30분쯤 식사를 하러 이 식당을 찾았다는 60대 손모씨는 “동네에 중국집이 거의 없고, 깔끔해서 가격이 조금 비싸도 한 달에 두세 번은 가던 곳”이라며 “가게를 끼고 양옆 도로는 통행량이 좀 있지만, 바로 앞 도로는 새벽 시간대엔 차도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A씨 등은 지난 24일 오전 2시40분쯤 해당 중식당에 침입해 매장 곳곳에 래커칠하고 페인트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또 농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식재료에 살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빈 농약 통과 살충제 여러 개를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이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름을 상호로 사용한 데 불만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현동 주민 60대 변모씨는 “가게가 처음 생겼을 때 주민끼리 ‘시진핑 이름을 상호로 써도 되느냐’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며 “몇 년 동안 별문제 없이 영업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는데, 뉴스를 보고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피해를 입은 중식당 가게 내부 CCTV에 찍힌 테러 장면. 테러범이 페인트 테러를 하며 스마트폰으로 테러 장면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피해를 입은 중식당 가게 내부 CCTV에 찍힌 테러 장면. 테러범이 페인트 테러를 하며 스마트폰으로 테러 장면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은 같은 날 오전 8시30분쯤 피해 업주로부터 “누군가 가게에 침입해 내부 집기 등을 파손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토대로 용의자들 동선을 추적, 신원을 특정했다. 하지만 용의자들은 이미 오전에 항공편을 이용해 출국한 상태였다. 용의자들은 사건 발생 약 한 달 전과 일주일 전 두 차례에 걸쳐 관광비자로 입국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추석 연휴 기간 식당이 쉰다는 점을 미리 파악한 뒤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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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문제 될 수 있으니 상호 바꾸라”

경찰은 해당 테러가 배후 조직에 의해 조직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피해 업주도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7월부터 상호를 바꾸라는 협박을 수차례 들었다고 진술했다. 피해 업주 B씨는 “수년 전부터 같은 상호를 사용했는데,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와 ‘외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상호를 바꾸라’ ‘주석님께서 간판을 보면 어떡하냐’고 했다”며 “두 달 전에도 간판에 검은색 스프레이 테러를 당해 경찰에 신고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온 사람을 포함해서 40~50명은 되는데, 1~2명만 조선족이었고 나머진 모두 한국인이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상호를 바꾸면 돈을 주겠다는 회유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번 테러 과정에서도 조직적 사주를 의심할 만한 부분이 포착됐다. A씨 등이 해당 중식당 내부로 들어가 포스기 등에 래커칠을 하는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업주 B씨는 “배후에 있는 누군가에게 증거를 보내려고 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경찰은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이들 테러 행위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다만 B씨는 “중국 측에 원한을 살 만한 일은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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