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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내내 ‘레드카펫’ 깐 미중 정상회담…‘북 비핵화’는 사라졌다 [view]

중앙일보

2026.09.27 00:34 2026.09.2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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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25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 기간 시 주석이 가는 곳마다 레드카펫을 깔며 극진히 예우했다. 그러나 이례적인 환대 속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은 발표되지 않았고,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다. 오히려 양측이 따로 발표한 입장에서는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이 드러났다.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 트럼프와 악수를 나눌 때마다 자신의 손이 위쪽에 위치하도록 팔을 위로 올리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연출했다. AFP=연합뉴스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 트럼프와 악수를 나눌 때마다 자신의 손이 위쪽에 위치하도록 팔을 위로 올리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연출했다. AFP=연합뉴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한반도에 대한 인식의 변화 가능성이다. 미국은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비핵화를 양국의 ‘공동목표’라고 명시했지만, 이번엔 비핵화는 물론 북핵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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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방북→트럼프 ‘러브콜’…‘북한 비핵화’ 사라졌다

25일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는 “(회담에서)러시아, 북한, 이란을 포함한 진행 중인 국제적 현안을 논의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해선 안 되며, 어떠한 국가나 기관도 국제 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이 합의한 비핵화의 대상은 북한이 아닌 이란이다. 이는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때와는 다르다. 당시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가 공동의 목표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불과 4개월 후에 열린 이번 회담 팩트시트에선 ‘공동의 목표’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까지 빠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시간을 기다려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맞이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시간을 기다려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맞이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달라진 미국의 표현은 4개월 전 중국측이 공식 발표문을 통해 공개했던 문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중국은 “한반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미국이 4개월 만에 자신의 입장을 사실상 그대로 차용해 발표하자 중국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중국은 회담 직후 자국 언론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지만, 공식 발표문에선 북한 관련 서술을 아예 빼버렸다.

주목할 점은 북한에 대한 미·중의 표현이 동시에 후퇴하기 전에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시 주석의 북한 국빈 방문 환영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시 주석의 북한 국빈 방문 환영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은 미·중 정상회담을 두달여 앞둔 지난 6월 8~9일 북한을 국빈방문했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의 방북 직전 핵물질 공장을 시찰한 데 이어,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을 2.5배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방북 전날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확인했다’는 백악관의 발표를 “허위 정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시위’ 속에서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 발표문에선 핵 관련 언급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후 백악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트럼프는 미·중 회담의 의제 논의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달 16일 돌연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 19일엔 “김정은과 올해 만나겠다”며 “그는 이미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만남의 목적이 비핵화인가’라는 질문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난 1일엔 백악관을 통해 “김정은과의 조건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까지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직전인 지난 6월 3일 최성남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함께 새로 가동한 핵물질 생산공장에서 원심분리기 사이로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직전인 지난 6월 3일 최성남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함께 새로 가동한 핵물질 생산공장에서 원심분리기 사이로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김정은에게 일방적 ‘러브콜’을 보낸 트럼프와 달리 미 국무부는 “한반도 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는 뜻을 지속해왔다. 미·중 회담 직전인 지난 21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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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결과는 ‘미루기’와 ‘딴소리’

북핵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이번 회담은 전략 경쟁의 판도를 바꿀 빅딜보다 무역과 군사 분야의 충돌을 막기 위한 휴전 상황 관리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현안에 대한 뚜렷한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직접 밖으로 나와 시 주석을 배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직접 밖으로 나와 시 주석을 배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나마 양측이 명시적으로 합의한 사안은 다음달 10일 종료 예정이던 무역휴전을 내년 1월 10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는 점이다. 또 미·중 무역위원회를 통해 민감도가 떨어지는 품목 300억 달러어치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토록 권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각론에선 온도차가 난다. 백악관은 중국이 2027년과 2028년 미국 석탄을 최소 1000만톤씩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자료엔 석탄 관련 서술이 없다. 또 농산물 등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절실한 저관세 대상을 적시한 백악관과 달리, 중국은 구체적 관세 인하 대상을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희토류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미국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를 성과로 제시했지만, 중국은 희토류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또 양측은 모두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공식 자료엔 모두 대만 관련 서술을 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백악관 내 시설을 직접 안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백악관 내 시설을 직접 안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I 관련 발표도 달랐다. 미국은 두 정상이 AI 대신 트럼프가 최근 밀어붙이고 있는 용어인 ‘수퍼지능(SI·Super Intelligence)’으로 부르기로 합의했고, ‘SI 대화’를 만드는 한편 관련 사고에 대한 직접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공식 자료에 SI라는 표현 대신 그대로 AI를 사용하며 “AI 관련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표현만 넣었다. 정상회담 중에도 트럼프는 AI 규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현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고 했지만, 시진핑은 “AI는 인간의 통제에 있어야 한다”며 관리와 규제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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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깐 트럼프…習, 악수 때마다 손 올렸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희토류라는 협상 카드를 쥔 시진핑 주석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겐 뚜렷한 지렛대가 없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트럼프는 공화당에서까지 과잉 의전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공항에서 1시간을 기다려 시진핑을 직접 맞았다. 국빈방문 사흘 내내 거의 모든 동선엔 레드카펫이 깔렸고, 국빈만찬장은 물론 마지막 차담회장은 중국이 행운의 색으로 여기는 붉은색으로 도배됐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레드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차담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레드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차담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특히 공식 환영식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만든 중국의 군수물자 생산 협동조합 ‘공합(工合)’의 중국어 발음 ‘겅호(Gong-ho)’를 직접 언급하며 “2차 세계대전에서는 (양국은)동맹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적대국에 준하는 중국을 동맹으로 언급한 것은 외교적 파격을 넘는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정작 동맹국인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에게는 “일본은 왜 진주만(공습)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느냐”며 금기로 여겨졌던 진주만을 언급하며 회담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트럼프의 외교문법을 깨는 의전을 받은 시진핑은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트럼프와 악수를 나눌 때마다 본인의 손이 높은 곳에 위치하도록 보이게 하려는 어색한 동작을 반복했다. 환영식에선 양국을 ‘두 대국’으로 칭하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의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력 충돌을 뜻한다.

그리고는 공식 발표문에 양국 관계에 대해 “존중·공정·대등에 기초한 전략적 안정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해당 표현은 백악관 팩트시트에도 포함돼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사용한 ‘대등’ 대신 ‘상호관계(Reciprocal Relationship)’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준비한 만찬장으로 시 주석을 이끌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준비한 만찬장으로 시 주석을 이끌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장기적 기술 우위를 단기적 상업성과 맞바꾸고, 동맹 네트워크에 영구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진핑에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지도자라는 위상을 안겼을 뿐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고 지적했고, AP는 “트럼프가 시진핑에 존경심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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