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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우크라 거짓발표, 사과하라”…‘北포로 비공개 합의’ 대충돌

중앙일보

2026.09.27 01:47 2026.09.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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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7일 북한군 포로 2명을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했는지를 놓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정면 충돌했다. 한국 정부는 양국이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을 “거짓 사실”, “허위 공보”로 규정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추가 조치 검토까지 예고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공개로 시작된 양국 간 진실 공방이 외교 갈등으로 격화하는 모습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밤 입장문에서 애초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자고 먼저 요구한 쪽이 우크라이나였다고 밝혔다. 성 수석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국 송환 시 다수의 자국 포로들과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국내 비난 여론이 있을 수 있는 등 매우 민감한 사안이니 한국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자’며 보안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측 역시 포로 당사자와 가족들의 안전 문제와 외교·안보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비공개에 합의하고 송환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성 수석은 또 “우크라이나 측이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사전 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도 매우 중대한 문제”라며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 사실을 발표한 것은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양국의 우호 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어 “허위 공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비공개를 문제 삼아온 야권 인사들을 겨냥해서도 “부당한 우크라이나 측 행위를 두둔하며 국익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방한 중인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방한 중인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실 공방의 발단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젤렌스키는 “최근 우리는 북한군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며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두 포로의 한국행을 직접 밝혔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날 엑스(X)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며 “많이 아쉽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측이 연설 전 포로 관련 언급 가능성은 알려왔지만 “메시지가 명료하지 않았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 확실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포로를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양국 협의 과정에서도 이를 “조용히 처리한다는 양해가 있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한국 측이 주장하는 ‘송환 사실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드미트로 리트빈 대통령실 소통담당보좌관은 “그런 합의는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며 “침묵하기로 한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우리 군인들이 포로로 잡은 이들을 어디론가 그저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젤렌스키의 공개 뒤에도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입국 사실 공식 확인을 피했다. 구체적 입국 시점은 국방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를 출발해 제3국을 경유해 3~4일 전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한국으로 온 포로 2명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뒤 한국행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자필 편지에도 “한국에 계시는 분들을 친부모, 친형제로 생각하고 그 품속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었다. 이후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6월 외교장관회담과 7월 정상회담에서 당사자 의사와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해결에 공감했다. 여권 관계자는 “굉장히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했고 여러 경로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며 “이번 송환은 러시아나 북한으로 보내지 말고 당사자 희망을 존중해달라고 우크라 측에 지속 요청한 데 따른 성과”라고 전했다.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물밑 협의 끝에 성사한 한국행을 왜 정부가 직접 공개하지 않았는지를 놓고 정치권도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젤렌스키의 공개를 “양국 간 신뢰를 저버린 처사”(25일 신현영 대변인)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정부의 비공개 방침을 두고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그렇게도 두려웠나”라고 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정부 안보 기준이 “김정은 정권의 기분을 상하게 했느냐에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서도 “왜 인도적 차원에서 포로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느냐”(26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이번 한국행을 통상적인 ‘포로 교환’과 구분한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전쟁 당사국이 아니니 포로 교환이란 말은 맞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인도적 차원에서 보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국 송환을 거부한 포로 문제의 대표적 전례는 6·25전쟁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020년 개정한 제3제네바협약 주석에서 6·25전쟁을 대표 사례로 들며 당시 유엔군에 붙잡힌 북한군·중국군 상당수가 귀환을 거부해 송환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엔총회는 이후 포로 귀환에 강제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확인했고 당사국들도 자발적 송환 원칙을 받아들였다. 다만 당시엔 한반도에서 붙잡힌 전쟁 당사국 포로였지만 이번엔 러시아에서 생포된 북한군이 전쟁 당사국이 아닌 한국행을 택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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