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위해 제시한 ‘7일 계획’을 거절했다. 이란 압박에 해상봉쇄와 경제제재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이를 유지함으로써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나는 그들(이란)의 합의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너무나 크게 패배하고 있어서 해협을 즉시 개방하는 합의를 맺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현재 호르무즈해협에서 들어오던 자금이 끊겨 돈이 없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미국 측에 제안했다는 ‘7일 계획’은 미국이 해상봉쇄와 일부 동결자산을 해제하고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도 완화하면, 이란은 7일 안에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고 핵 프로그램에 관한 협상을 재개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이 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만큼 합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해협을 ‘트럼프해협’으로 이름을 바꾼 지도를 올렸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우리가 통제하고 있으니 호르무즈해협의 이름을 트럼프해협으로 바꿔야 할까”란 글을 올린 바 있다.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이란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감의 배경엔 촘촘한 제재망이 있다. 조너선 버크 미 재무부 테러자금 담당 차관보가 이달 약 2주 동안 중동과 유럽을 순방하는 등 50여 개국과 접촉하며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하라는 압박을 벌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과 거래를 계속할 경우 미국과의 금융·경제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다.
이에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는 이란 마한항공의 자국 내 운항을 차단했다. UAE는 또 이란 멜리은행 현지 지점의 이란 관련 거래를 차단했다. 튀르키예는 또 다른 이란 은행인 멜라트은행 이스탄불 지점의 영업허가를 취소했다. 영국도 이란 은행에 대한 제재 예외조치를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압박에 이란의 경제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란 약사협회에 따르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 약 60종이 부족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원유 수출 급감으로 외화 수입이 줄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4%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려움이 커진 이란은 트럼프의 거부에도 유화 제스처를 거두지 않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 대통령의 반응을 확인했지만 중재자들을 통해 확실한 (미국 측) 입장이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