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지도자 이름을 상호로 쓴 경기도 한 중식당이 연휴 첫날 새벽 테러를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식당은 지난해 7월부터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 여러 명에게서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상호를 바꾸라”는 협박과 회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범행을 저지른 40대 중국인 A씨 등 남성 4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추적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4일 새벽,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중식당 ‘시진핑’에 침입해 이른바 ‘래커·농약 테러’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용의자들은 범행 직후 함께 택시를 타고 서울 지역 한 숙소로 이동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옌타이와 상하이 등지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오후 찾은 중식당 ‘시진핑’ 간판 글씨는 검은색 래커로 덧칠돼 있었다. 가게 앞에는 깨진 유리 파편과 검은 페인트로 뒤덮인 계산대 포스(POS) 단말기 등이 ‘폐기물 위험’이라고 적힌 종이와 함께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굳게 닫힌 가게 유리창 안 바닥엔 캔음료·양파·손수레 등이 널브러져 있었고, 주방으로 통하는 외부 출입문에는 노란색 경찰 통제선이 쳐져 사건 직후의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24일 새벽 식당에 침입한 중국인이 카운터 기물을 파손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사진 중식당]
A씨 등은 지난 24일 오전 2시40분쯤 해당 중식당에 침입해 매장 곳곳에 래커칠하고 페인트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현장에서 빈 농약 통과 살충제 여러 개를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이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름을 상호로 사용한 데 불만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현동 주민 60대 변모씨는 “가게가 처음 생겼을 때 주민끼리 ‘시진핑 이름을 상호로 써도 되느냐’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며 “몇 년 동안 별문제 없이 영업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는데, 뉴스를 보고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8시30분쯤 피해 업주로부터 “누군가 가게에 침입해 내부 집기 등을 파손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토대로 용의자들 동선을 추적, 신원을 특정했다. 하지만 용의자들은 이미 오전에 항공편을 이용해 출국한 상태였다. 용의자들은 사건 발생 약 한 달 전과 일주일 전 두 차례에 걸쳐 관광비자로 입국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테러가 배후 조직에 의해 조직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피해 업주 B씨는 “수년 전부터 같은 상호를 써 왔는데,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와 ‘외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상호를 바꾸라’ ‘주석님께서 간판을 보면 어떡하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온 사람을 포함해서 40~50명은 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상호를 바꾸면 돈을 주겠다는 회유까지 들었다고 했다. A씨 등이 중식당 내부에 침입해 포스 단말기 등에 래커칠을 하는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장면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B씨는 “배후에 있는 누군가에게 증거를 보내려고 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경찰은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이들 테러 행위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