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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보다 설레는 NBA

중앙일보

2026.09.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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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농구 대표팀 이현중. 고비 때마다 3점 슛과 리바운드를 따내며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귀국 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직 한국 농구의 전성시대는 오지 않았다”며 “멀기만 한 NBA가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농구 대표팀 이현중. 고비 때마다 3점 슛과 리바운드를 따내며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귀국 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직 한국 농구의 전성시대는 오지 않았다”며 “멀기만 한 NBA가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이제 겨우 목표 하나 이룬 건데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지난 24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마주한 이현중(26·2m2㎝)의 첫 마디는 겸손하면서도 다부졌다. 에이스 이현중을 앞세운 남자 농구는 지난 20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개최국 일본을 67-57로 완파하며 우승했다. 한국이 이 대회를 제패한 건 지난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뒤이어 남자 3대3(25일)과 여자 농구(26일)도 승전보를 전하며 한국 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총 3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며 환호했다.

남자 농구는 3년 전 항저우 대회 8강에서 2진급으로 나선 일본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이번 대회에도 고전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현중의 맹활약을 앞세워 금메달로 자존심을 되살렸다. 경기 종료 직후 상대팀 일본 코치진과 선수들부터 먼저 찾아가 일일이 위로하며 승자의 품격을 선보인 이현중은 그제서야 태극기를 두르고 펑펑 울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시아 톱클래스 기량에 인성까지 겸비한 영웅의 등장에 유재학 전 현대모비스 감독, 전희철 SK 감독을 비롯한 여러 농구 전문가와 팬들이 한 목소리로 “한국 농구 GOAT(역대 최고) 자리를 놓고 ‘농구대통령’ 허재와 겨룰 만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현중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평생 남을 업적”이라면서도 “아직 한국 농구의 전성시대가 오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만족하진 않겠다”고 했다. 이어 “존경하는 허재 선배님과 비교되는 건 과분하다”면서 “칭찬 만큼은 긍정적인 자극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중은 어머니 성정아(61) 대한농구협회 이사의 대를 이어 ‘모자(母子) AG 금메달리스트’라는 특별한 기록도 썼다. 여자 농구 레전드 센터 출신인 성 이사는 1990 베이징 대회 금메달리스트 출신이자 1984 LA 올림픽 여자 농구 은메달 주역이기도 하다. 이현중은 “대를 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어 자랑스럽다”면서도 “어머니가 이루신 것에 비하면 나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아시아를 평정한 영광을 뒤로 한 채 이현중은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 지난 시즌(2025~26)까지 몸담은 일본 B리그 나가사키 벨카가 제시한 연봉 20억원을 뿌리치고 26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29일부터 미국 오리건주에서 시작하는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현중은 아시안게임 직전인 지난 7일 포틀랜드와 연봉 약 2000만원에 ‘이그지빗 10’ 계약을 맺었다. 정식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고, 심지어 구단이 언제든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꿈을 위해 두 말 없이 받아들였다. B리그 소속 시절 나가사키 우승 주역으로 MVP까지 차지한 그가 빈손으로 도전자의 길을 택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무모하다”고 비아냥대지만, 이현중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의 팔에 문신으로 새긴 문구(모든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누군가 해내기 전까진)를 어루만지며 각오를 다진다.

그는 “일본에서 매력적인 제안(연봉 20억원)을 받았지만, 고교 시절부터 꿈꾼 NBA 도전을 포기하고 돈을 쫓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만 같았다”면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버텨 극소수의 선수들에게만 허락된 코트(NBA)를 밟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지난 8월 쇼케이스 격인 NBA 서머리그에 참가한 이현중은 “미국 유망주들과 경쟁하며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포커에서 승률 낮은 카드에 ‘올인’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도전을 택한 건 승부를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단언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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