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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칼럼]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

중앙일보

2026.09.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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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대기자

최훈 대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인사 파행과 여권의 공소 취소 추진, 부동산 정책에 민심이 악화되며 지지도가 30%대의 반 토막 흐름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가장 확실한 거짓말을 하나 꼽으라면 “개혁엔 저항이 따르니 지지도엔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자기 위안이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지탱해 갈 마지노선은 35%다. 대통령 지지도가 1% 오르면 여당 정책이 의회를 통과할 확률도 1% 올라간다. 반대 역시 그대로라는 게 미국 정치학의 실증 연구다(리버스 & 로스, 1985). 믿음이 20%대로 주저앉으면 우선 집권당 내 반란이 일어난다. 득표에 도움이 안 될 대통령이란 다음 선거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선 두들겨 패야 할 희생양일 뿐이다. 신난 야당이야 묻지 마 무차별 공세다(그런다고 장동혁 당의 지지도가 꼭 올라가지는 않을 터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절뚝거리면 바로 하이에나의 밥이 되는 게 정치다. 언론 역시 열독률·시청률에의 악영향 탓에 ‘인기 없는 대통령’을 1면과 헤드라인에서 슬그머니 지워버린다. 레임덕의 시작이다.

지지도 반 토막 난 이재명 정부
부동산, 공소취소, 인사 모두가
시장 순리에 맞지 않아 강한 역풍
진영보다 ‘시장의 선택’ 존중을

이 대통령의 위기는 하나의 이슈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정권의 복합 골절, 다발성 장기 손상 비슷하다. 회복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왜 이리 됐을까.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과 자신을 찍어 준 ‘지지층의 기대’ 사이의 딜레마를 되뇌었다. 더 세게 바꾸라는 골수 지지층과, 마음에 들지 않는 다수 사이의 고민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바로 이 대통령 자신의 인식과 철학이 아닐까 싶다. 올 1월 “(부동산)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그의 발언이 바로 그것이었다.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겠냐”며 전쟁하듯 밀어붙일 기세와 자신감을 드러냈던 그때 지지도는 61%. ‘취임 초 제왕’에겐 신기루만 보일 착시의 시간에서였다.

“수요와 공급이 상호 작용하고, 그 결과로 거래량·가격이 결정돼 수요 가격과 공급 가격이 균형을 이룬다”는 ‘시장’의 개념을 앨프리드 마셜이 정립한 게 1890년. 그러니 136년이나 지탱해 온 ‘시장’의 논리에 대한 권력의 도전 선언이기도 했다. 물론 ‘시장’이란 자주 본능과 탐욕, 만인 대 만인의 경쟁을 연상케 해왔다. 때론 시장의 실패로 약자들은 곤경을 겪는다. 진보엔 자본가나 강자들의 놀이터이자, 그래서 ‘개혁’이란 포장으로 때려부수고 싶은 타깃이기도 하다. 절대 완전하지 못한 메커니즘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능·욕망을 인정하면서, 모두의 이해를 그나마 최적으로 절충시켜 줄 유일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 그 어떤 이념이 ‘시장’보다 최선인 적이 있었던가.

자유민주주의 역시 시장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소비자인 국민에게 인물·정책·공약 상품을 내놓고 자유로운 선택의 앞에 선다. 구매해 주면 선거 승리와 집권이란 엄청난 이윤을, 실패하면 퇴출이다. 견제 없는 제왕적 권력, 삼권분립의 와해 등은 시장의 독점만큼이나 거래의 공정성을 위배하는 교란의 독소다. 국민의 믿음, 야당의 협조라는 정치적 자본을 늘릴 생각은 하지 않고 독주·독선만 일삼으면 결국 소비자의 외면에 장터에서 쫓겨날 뿐이다. 반(反)시장 행위다.

현 정권의 난관은 결국 5년 정권(3년8개월이 남았다)이 136년 된 시장을 이겨보려는 무모함에서 비롯됐다. 공급이란 말만 무성하고 그 어떤 공공주택의 첫 삽도 떼지 못한 터에, 세금과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하니 말이다. 급기야 ‘실거주’ ‘실경작’이란 기발한 디테일까지 찾았지만 1600만 자가주택자의 1600만 가지일 보유의 목적과 상태를 모두 심판해 ‘투기’를 가려낼 AI 정부란 건 과연 가능할까. 대출 끼고 장만해 박봉으로 평생 이자 갚으며 버텨 온 집 한 채 보유자란 도대체 얼마나 흉악한 범죄자인가.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제, 양도세 중과가 거래 절벽, 매물 잠김, 전세 급감, 전셋값 폭등을 낳아 온 국민을 오도 가도 못하게 한 ‘치기(稚氣)’일 뿐이다.

“진보 정권은 세금 부과, 소유 제한의 수요 억제를 했다. 그런데 시장이 이걸 이겨내더라. 이젠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2025년 5월 8일)던 발언은 바로 ‘문재인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이들의 표를 얻어낸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였다. 믿음의 배신이기도 하다. 지지도가 그의 대선 득표율(49.42%)보다 한참을 떨어진 이유는 “열렬한 우군이던 가장(家長) 세대인 40~50대가 화가 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고민하는 ‘내편’ ‘네편’의 딜레마가 아니라 바로 ‘정책의 실용적 결과’의 문제였던 셈이다.

되돌아갈 유일한 길은 공급을 대폭 늘리되, 범죄적 투기꾼만 가려내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선택이다. 반대가 많은 “내 죄를 내가 사한다”는 ‘공소취소’ 역시 명백한 손절 외엔 다수 소비자 국민의 호응이 없을 터다. 시장을 이기겠다고… 그런 정부란 결코 없다.





최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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