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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DMZ 지뢰 사고 늑장 조사, 도대체 이유가 뭔가

중앙일보

2026.09.27 08:28 2026.09.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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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 개척 중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나 우리 장병 3명이 다쳤다. 2명은 중상이다. 사고 원인과 지뢰 출처를 밝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첫 현장조사는 사고 엿새째인 어제서야 이뤄졌다. 사고 지점이 군사분계선(MDL)에 근접하고 새 수색로를 개척하던 곳이어서 안전 확보에 시간이 필요했다는 군의 해명만으로는 늑장 대응을 납득하기 어렵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26일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합동 조사 전 사전 점검을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진입했다. 사진 합참 영상 캡처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26일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합동 조사 전 사전 점검을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진입했다. 사진 합참 영상 캡처


더구나 이번 폭발은 북한군이 매설했거나 북한에서 유실된 지뢰인지를 가려야 하는 중대한 안보 사건이다. 현장 조사를 지체하는 사이 추석 연휴에 비까지 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 흔적과 잔해가 훼손·유실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안전을 확보해 증거부터 보존했어야 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했고, 엿새 만에 북한군 목함지뢰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현장 여건이 달랐다고 한다. 무엇이 얼마나 달랐기에 현장 접근과 조사에 엿새나 필요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유엔사가 신속한 조사를 요구했는데 우리 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 반면, 군은 안전을 우선하며 유엔사와 협의했다고 한다. 누가 언제 무엇을 요구했고 군은 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공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핵심 사실에 입을 닫고 있다. 그러니 북한 눈치 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당의 박지원 의원까지 “왜 적극 행정을 하지 않고 뒤로 숨느냐”며 정부를 공개 질타했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에게조차 사후 설명이 없었다는 지적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정원장을 지낸 여당 중진 의원까지 정부의 설명 부족을 문제 삼는 상황이라면 정부 스스로가 돌아봐야 한다.

안보 사고는 초동 대응이 생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사라지고 의혹은 커진다. 북한 지뢰라면 북한의 책임을 묻고, 우리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치적 공격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을 밝히고 책임지는 것이다. 장병들이 피를 흘린 사건에서조차 이 기본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무엇을 믿으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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