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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엄마와 한강 간 딸…강물엔 60대 시신 떠올랐다

중앙일보

2026.09.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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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89)를 소개합니다. 박원식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과장은 33년 경력의 경찰관입니다.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고 범죄학을 전공한 그는 사건을 집요하게 들이파기도 하지만, 그 속의 사람들의 마음까지 읽는 경찰입니다. 그가 맡았던 굵직한, 마음에 파문을 남긴 사건들을 회고하는 시리즈입니다.
6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여성.
깡마른 체형에 헐렁한 잠옷 차림.
그녀의 신원을 증명할 단서는 없었다.

여성은 그날 오후 한강 하류에서 물 위에 엎드린 채 발견됐다. 즉시 인양됐지만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다. 몸에는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사인은 익사로 추정됐다.

몇 시간 전 경찰에는 “둔치에 빈 휠체어가 버려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은 인적이 드문 둔치 가장자리, 빈 휠체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슬리퍼 한 켤레가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강으로 이어지는 비탈길 위에는 미끄러지듯 쓸린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경찰은 한강경찰대와 함께 둔치와 강물을 수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을 발견했다.

그녀는 곧바로 병원 영안실로 옮겨졌고 지문 채취를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그녀는 서울 ○○동에 거주하던 68세, 이경자(가명)씨였다.

그날 밤, 한 남성의 112 신고가 수사팀을 긴장시켰다.

" 제 처가… 장모님이 강에 들어가는 걸 봤다고 합니다. "

신고자는 숨진 이경자씨의 사위였다.

늦은 저녁 경찰서에 숨진 이경자씨의 딸, 정영란(가명, 39세) 씨가 출석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영란씨의 얼굴에는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다.

차 한잔을 건넸다.
그녀에게는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사진 unsplash

사진 unsplash

“바람 쐬러 가자”…말기암 엄마의 마지막 부탁

이경자씨는 요로상피암 말기 환자였다.
수차례의 항암 치료에도 병세는 악화됐고, 끝내 치료 불능 판정을 받았다.

남편은 이미 10년 전 세상을 떠났고, 그녀 곁엔 딸 영란씨 하나뿐이었다. 영란씨가 결혼하면서 그녀는 홀로 지냈고, 몸이 점점 움직이지 않게 되자 경기도 모 지역에 살던 영란씨가 그녀를 돌보기 위해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녀의 동거는 쉽지 않았다. 영란씨 역시 미성년 자녀 둘을 키우고 있었고,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은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엄마를 간호하던 영란씨도 매주 정신과에서 약을 타 먹고 있었다.

그 지친 일상 속에서 영란씨는 고통에 몸을 구기며 매일 밤 우는 어머니를 지켜봤다.

암세포는 폐로, 간으로 전이됐다.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미래는 막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경자씨는 평소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딸 영란씨가 차려준 밥을 조용히 먹었다.
그러곤 말했다.

" 한강에 바람 쐬러 가자. "

(계속)

어머니와 한강으로 향한 딸은 그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어머니의 옷과 신발, 이불을 정리했고 빈소도 차리지 않았다.

그날 강물 앞에 서 있던 모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바람 쐬러 가자”던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과 딸이 치러야 했던 비극적 대가는 이어지는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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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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