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 없는 바카라 전략으로 온라인 카지노(불법 도박 사이트)를 속여 수억원을 딴 것도 모자라 ‘소송 사기’로 법원마저 속여 잃었던 돈까지 회수한 일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카지노를 상대로 허위 소송을 건 뒤 법원이 전달하는 소장을 중간에 가로채 강제로 승소한 후 돈을 요구했다. 온라인 카지노 측은 불법 도박장을 개설한 사실을 공개할 수 없어 공식 대응하지 못하고 일당이 요구한 금액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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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를 100% 이기는 ‘양방베팅’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고은별)는 상습 도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강모(49)씨를 경찰에서 송치받아 보완수사하고 있다. 강씨 등은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온라인 카지노에서 양방베팅 방식으로 40차례 바카라 게임을 한 혐의를 받는다. 바카라 게임은 온라인상에 생중계되는 해외 카지노의 바카라를 보며 뱅커 또는 플레이어 승리에 돈을 거는 게임이다. 가능한 결과는 뱅커 또는 플레이어 승리뿐이라 승률은 반반이다.
강씨 등은 PC 두 대를 서로 다른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에 연결해 불법 온라인 카지노 두 곳에 접속한 후, 동일한 바카라 현장을 송출하는 채널에 들어가 양방베팅을 하는 식으로 온라인 카지노들을 속였다. 챗 GPT 일러스트
강씨 등은 이 점을 노려 양방베팅을 했다. 둘씩 짝을 지어 한쪽이 뱅커, 또 한쪽이 플레이어 승리에 거는 방식이다. 한쪽이 져도 반드시 다른 한쪽이 이기기 때문에 온라인 카지노에 지급하는 0.5~2% 참가 수수료를 뺀 원금을 지킬 수 있다. 여기에 온라인 카지노가 사용자 유치를 위해 잃은 돈 일부를 돌려주는 ‘루징금’을 더하면 결과적으로 돈을 벌게 된다. 강씨는 온라인 카지노 총판들과 인연이 있어 자신이 끌어온 도박꾼에 대해 최대 40% 루징금 비율을 보장받았다.
강씨 등은 이런 식으로 13억원대 바카라 게임을 해 원금은 고스란히 지키고, 오히려 온라인 카지노로부터 루징금 약 3억원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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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까지 동원해 잠복…법원 서류 ‘하이재킹’
온라인 카지노를 상대로 순수익을 내고도 강씨 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게임 패배로 잃은 돈마저 회수할 궁리를 했다. 2023년 3월부터 강씨 등은 9차례에 걸쳐 온라인 카지노의 입출금 계좌들로 약 16억원을 송금한 것처럼 기록을 꾸몄다. 사실은 본인들 소유 계좌에 송금을 하면서 인터넷 거래상 ‘나에게 표기’는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수신자에 온라인 카지노의 입출금 계좌 명의를 입력한 것이다.
당시 온라인 카지노는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는 유령법인 8곳 명의로 입출금 계좌를 운용하고 있었다. 강씨 등은 조작한 거래 내역으로 유령법인들이 대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며 2023년 4월 서울북부지법과 서울동부지법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 사실이 적힌 지급명령 정본을 서울 중랑구, 강동구 등의 유령법인 사업장으로 송달했으나, 법인들이 실제로는 영업 중이지 않은 점을 파악한 강씨 일당이 주변에 잠복했다가 대표자 행세를 하며 정본을 가로챘다.
강씨 등 일당은 불법 바카라 게임으로 잃은 돈마저 회수하기 위해 소송 사기를 저질렀다. 온라인 카지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이 전달하는 서류를 중간에 가로채 승소를 얻어냈다. 이 과정에 위조 신분증과 일일 배우까지 동원했다. 챗 GPT 일러스트
강씨 일당은 정본을 전달하는 우체국 직원을 속이기 위해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고, 대표자가 여성이거나 젊은 남성이면 일일 배우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결국 채무자인 유령법인들은 법정기한인 2주 내 이의신청을 하지 못했고 지급명령이 확정되면서 계좌들이 압류됐다. 온라인 카지노는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지만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사실을 공개하기 어려운 점, 청구된 금액이 도박장 운영 수익에 비춰 비교적 적은 점 등 때문에 강씨 일당 요구대로 금액을 지급했다고 한다.
강씨는 온라인 카지노들을 상대로 한 소송 사기를 2023년 3월 이전에도 100여회 저질렀다고 주변에 자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강씨 등이 2020년 4월부터 같은 방식의 소송 사기로 36억원을 취득하려 한 사실을 추가 포착해 강씨를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로 송치했다. 이중 6억원은 유령법인 계좌에 잔고가 없어 소송 사기가 미수에 그쳤다.
이 사건은 강씨의 중학교 동창이자 양방베팅, 소송 사기 공범이었던 A씨가 수사기관에 자수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강씨 등을 소송 사기를 저지른 범죄단체조직 혐의로도 고발했으나 경찰은 “(강씨 일당이)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췄거나 조직적 구조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혐의는 불송치했다. A씨는 자수한 이유에 대해 “법원을 속인 데서 죄책감이 컸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