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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죽자 구상 “저승소식 알려줘”…그들 걷던 우정길 투어

중앙일보

2026.09.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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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중섭(왼쪽)과 시인 구상. 사진 서귀포시, 중앙포토

화가 이중섭(왼쪽)과 시인 구상. 사진 서귀포시, 중앙포토

‘구도(求道)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구상(1919~2004)과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을 주제로 한 축제가 경북 칠곡에서 열린다. 각각 서울과 평안남도 평원군이 고향인 두 거장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다루는 이유는 뭘까. 그 이야기는 1953년 6·25 한국전쟁 이후 구상이 칠곡군 왜관읍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네는 이제 모든 게 아무치도 않어 참 좋겠네. 어디 顯夢(현몽)이라도 하여 저승소식 알려 줄 수 없나. 자네랑 나랑 친하지 않었나 왜.’

시인 구상이 화가 이중섭의 사망 후 그를 추모하며 쓴 ‘초토의 시 14’ 중 일부다. 험난했던 전후(戰後) 한국에서 인연을 맺은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에 대한 그리움을 대화체 형식으로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비록 나이는 서로 달랐지만 우정이 깊었던 두 거장. 둘은 1940년대 일본 도쿄(東京)에서 처음 만났지만 본격적인 인연은 이중섭이 1955년 구상의 집에 머무르면서였다. 구상은 문학을, 이중섭은 미술을 공부했지만 서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깊어 금세 가까워졌다.

이 시기 이중섭은 ‘시인 구상의 가족’을 그려 선물하기도 했다. 작품에는 화목한 가정을 바라보는 이중섭 자신이 그려져 있다. 당시 이중섭은 일본에서 지내는 가족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지만 작품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해 계획이 좌절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이중섭이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 작품.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이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 작품.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구상과 이중섭은 칠곡 왜관의 이곳저곳을 함께 걸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특히 구상의 집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중섭은 구상과 함께 왜관 거리를 걷고 수도원 성당에도 갔다. 이 시기에 그린 작품 중 ‘왜관성당’도 있다.

서울 출신인 구상 시인이 칠곡에 살게 된 것은 1953년. 이승만 정권을 상대로 반독재 투쟁을 벌여 투옥되기도 했던 구상은 1952년 승리일보가 폐간되자 의사인 부인 서영옥 여사가 의원을 차린 칠곡군 왜관으로 내려와 1974년까지 살았다.

칠곡군은 두 거장의 이런 인연을 축제로 승화시켰다. 구상과 이중섭이 거닐었던 왜관 도심 곳곳에서 미디어아트, 공연, 전시, 체험 등을 풀어낸 축제를 기획했다. 다음 달 25일까지 왜관역에서 구상문학관으로 이어지는 왜관 원도심 11개 공간에서 ‘구상×이중섭, 두 거장의 우정’을 주제로 ‘2026 제4회 칠곡 트랜스미디어 축제’를 진행한다.
‘2026 제4회 칠곡 트랜스미디어 축제’ 전시장에 구상과 이중섭의 생일인 9월 16일을 상징하는 ‘0916’이 설치돼 있다. 구상과 이중섭은 태어난 연도는 달라도 태어난 날짜는 9월 16일로 같다. 사진 칠곡군

‘2026 제4회 칠곡 트랜스미디어 축제’ 전시장에 구상과 이중섭의 생일인 9월 16일을 상징하는 ‘0916’이 설치돼 있다. 구상과 이중섭은 태어난 연도는 달라도 태어난 날짜는 9월 16일로 같다. 사진 칠곡군


축제에서는 문학과 미술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왜관 원도심 곳곳에서 선보인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은 두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왜관 원도심을 걷는 ‘우정길 투어’다. GPS(위성항법장치)를 활용해 원도심을 걸으며 두 사람의 인연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원도심 7개 전시공간을 둘러보는 ‘전시관 투어’도 운영된다. 전문 도슨트와 함께 원도심을 걷는 워킹 도슨트와 이중섭의 은지화를 따라 그리는 체험도 마련됐다. 전시장에는 구상과 이중섭의 생일인 9월 16일을 상징하는 ‘0916’이 설치돼 있다. 구상과 이중섭은 태어난 연도는 달라도 태어난 날짜는 9월 16일로 같다. 투어를 완료한 참가자에게는 기념품도 제공한다.
김재욱 칠곡군수와 군의원 등 참석자들이 지난 17일 ‘2026 제4회 칠곡 트랜스미디어 축제’ 전시장에서 어린이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김재욱 칠곡군수와 군의원 등 참석자들이 지난 17일 ‘2026 제4회 칠곡 트랜스미디어 축제’ 전시장에서 어린이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공연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구상과 이중섭의 우정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다음 달 3일 무대에 오르고 10월 10일과 11일에는 ‘2026 칠곡 아트페어’ 가 열린다. 지난 17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칠곡 청년 음악인으로 구성된 ‘스테리 앙상블’의 클래식 공연을 시작으로 팝페라 그룹 ‘빅토리아’, VR(가상현실) 아티스트 ‘피오니’의 라이브 드로잉, 홀로그램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구상과 이중섭이 실제 우정을 나눴던 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칠곡의 문화자산”이라며 “두 거장의 이야기를 원도심과 연결해 칠곡만의 문화콘텐트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 제4회 칠곡 트랜스미디어 축제’를 찾은 어린이들이 전시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2026 제4회 칠곡 트랜스미디어 축제’를 찾은 어린이들이 전시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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