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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가면 어쩌냐” 말렸지만…건보 이사장, 보건소장 된 까닭

중앙일보

2026.09.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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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자리에서든 사람을 살리고 돌보는 의사의 일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낸 정기석(68) 신임 서울 용산보건소장에게 ‘동네 보건소’를 택한 이유를 묻자 내놓은 답이다.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과 한림대성심병원장, 직원 1만5000명이 넘는 건보공단의 수장을 지낸 그는 지난 15일 용산구청에서 ‘4급 지방과학기술서기관’ 임명장을 받았다.

정 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선 보건소장으로 간다고 알리자 “그렇게 가시면 어떡하느냐”며 ‘하향 지원’이라는 반응이 나오더라고 전했다. 대신 부인인 박해심 아주대병원 교수(전 아주대의료원장)를 비롯한 가족들은 “잘했다”며 응원했다. 그는 “큰 정책만 다뤄와서 현장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갈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정기석 신임 용산보건소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보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기석 신임 용산보건소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보건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는 지난 6월 공단 퇴임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로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료기관을 맡는 길도 있었지만 보건소에 마음이 갔다. 마침 용산에서 소장을 공모했다. 의대생 시절부터 15년을 살았던 곳이었다. 그는 “학생·전공의 때 의료봉사를 했지만 이후에는 그러지 못했다”며 “주민을 가까이서 돕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지원 당시 업무계획서에 ‘용산구 건강위험지도’를 만들겠다고 적었다”며 “건보공단 빅데이터와 지역 자료를 활용해 16개 동의 건강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용산구 안에서도 건강 상태와 의료 이용 여건이 동마다 다른 만큼 어느 지역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하려는 용도다.

예컨대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는 동이 있다면 그 이유를 찾아 지원하는 식이다. 검진을 안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당 동 주민이 왜 검진을 받지 못하는지 살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맞춤형 보건의료·복지정책을 펴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도를 토대로 건강 취약계층을 찾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병이 심해지기 전에 개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소장은 동자동 쪽방촌을 찾아 주민들을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보건소에서 뭘 더 해줄 수 있을지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간호사가 주민을 찾아가는 건강관리 업무에도 동행할 계획이다. 혼자 지내는 주민들의 고립에도 관심이 있다. 그는 “젊은이든 노인이든 고독하지 않게,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전에 도울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공들이려는 일은 건보공단에서 집중해온 통합돌봄이다. 큰 병을 앓은 뒤에도 방문진료와 돌봄을 받으며 살던 집에서 지내도록 돕는 것이다. “요즘은 중병을 앓고 나면 보통 요양병원으로 갑니다. 방문진료 등을 접목하면 집에서도 살 수 있어요.” 그는 “의료와 장기요양을 제대로 연결하면 사람이 덜 고생하고 덜 다칠 것”이라며 환자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가족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15일 정기석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주식회사 케이티앤지 외 3명 손해배상 청구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15일 정기석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주식회사 케이티앤지 외 3명 손해배상 청구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관건은 의사 확보다. 정 소장은 “보건소가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차량을 지원하고 의사가 반나절만 시간을 내주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개원의가 자신의 의원 진료를 이어가면서 하루나 반나절 보건소 재택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자는 제안이다. 그는 “지역 의사회에서도 참여할 의향이 있는 의사들이 있다고 한다”며 “개원한 의사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와서 달리 보이는 일도 있다. 정 소장은 “보건소는 여러 기관의 사업이 쏟아지는 ‘깔때기’와 같다”고 말했다. 중앙에서는 예방접종 관리 등이 기대만큼 되지 않으면 의아했는데, 와보니 보건소가 맡은 사업이 너무 많더라는 것이다. 약 150명의 직원이 수많은 일을 감당하는 모습을 보며 업무 총량을 조절해야겠다고 느꼈다.

“사업이 하나 생기면 없어지는 건 없고 신설만 돼요. 10년 넘게 명맥만 이어가는 시범사업도 많습니다. 하나씩 따져보면 분명히 줄일 게 있을 겁니다.” 그는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직원들에게 배우면서 오래된 사업을 정리하는 데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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