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가 최근 발표한 '가족과 재정'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는 자신이 남길 재산의 규모를 자녀가 몰랐으면 한다고 답했다. 또 투자 가능한 자산이 50만 달러 이상인 55세 이상 부모 가운데 68%는 성인 자녀에게 상속 여부 자체를 알리지 않았거나 얼마를 물려줄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녀와 상속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가족 불화를 미리 막고 가족 전체에 재정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전문가들은 상속에 입을 다무는 것이 성인 자녀뿐 아니라 은퇴 부모에게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부모가 질병으로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거나 유언장이나 완전한 상속 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재정 관리와 상속 절차 전반에서 큰 혼란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속과 재정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족 전체의 재정 안정과 노후 생활, 임종 준비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피델리티 조사에 따르면 성인 자녀의 95%는 상속 자산을 관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반면 부모의 25%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많은 가정에서 상속을 둘러싼 대화가 부족함을 드러낸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지금부터 2048년까지 약 124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다음 세대에 이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통 부족은 구조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부모들이 상속 이야기를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상속이 형제자매 간에 갈등을 낳거나 자녀에게 불필요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녀의 재정 관리 능력이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최소한 상속 구조와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자산관리 회사 헨슬러 파이낸셜의 K.C. 스미스 매니징 어소시에이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상속 계획의 구조와 방향 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공유하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확한 금액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부모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이해도와 수용 정도가 크게 높아진다.
캐피털 인텔리전스 어소시에이츠의 미첼 크라우스 설립자도 "부모가 결정의 배경과 의도를 설명하면 설령 상속이 완전히 공평하지 않더라도 성인 자녀들은 대체로 더 잘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나중에 '부모님이 왜 이렇게 했을까'라는 의문이 나올 때 누구 하나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속 계획이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산의 규모와 상관없이 위임장과 의료 결정에 대한 권한, 연명 치료 여부를 포함한 사전 의료 의향서, 장례 방식 모두 상속과 유산 계획의 일부다. 이러한 내용이 명확해야 가족들이 혼란을 겪지 않는다.
예외가 없진 않다. 부모가 아직도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성인 자녀를 계속 지원하고 있는 경우라면 상속 대화를 미루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자녀가 부모의 재정 결정과 의료와 장례에 대한 의사를 알고 있어야 한다.
유언장과 자산 분배 계획, 수령 가능한 보험 내역 등을 미리 공유하는 것은 상속을 받는 자녀들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사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는 데 꼭 필요하다. 오랜 기간 납입해온 연금이나 보험의 가치를 자녀가 온전히 누리게 하려면 사망 후 자금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사전에 알려줘야 한다.
죽음과 돈에 대한 대화는 불편할 수 있지만 남은 가족을 위한 배려와 책임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자녀들이 슬픔 속에서 불필요하게 재정적 스트레스를 겪지 않을 수 있다.
어디까지 공개할지,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된다면 변호사나 재정 상담가의 도움을 받아 가족 회의를 해도 좋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부모가 자산을 기부하거나 상속 결정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더라도 큰 불화로 이어지지 않게 막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