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이 한 번쯤 냉정하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스스로 한반도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대한민국을 세계 5위 수준의 군사 강국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질문도 따라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전작권 전환은 단순한 자주국방의 상징이 아니다. 실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누가 연합군을 지휘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며, 미군의 증원 전력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다. 더욱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 드론과 사이버 전력까지 갖춘 북한을 상대로 군사력 순위 하나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험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와 방공무기를 보유했지만, 예멘 후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 사례는 첨단 무기를 많이 보유하는 것과 실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사우디보다 훨씬 강한 군사력과 방위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후티와 비교할 수 없다. 북한에는 핵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세계 몇 위’라는 숫자가 아니다. 실제 전쟁에서 작동하는 지휘체계와 정보능력, 방공망, 군수지원, 연합작전 능력 그리고 동맹의 신뢰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해 동맹국들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했을 때 한국 정부는 군함 파견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것을 두고 찬반을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상호 안보 책임을 전제로 하는 관계라면, 한국도 미국과의 동맹에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 5위 군사 강국이어서 독자적으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동맹국의 지원 요청에는 소극적이라면 과연 동맹의 신뢰가 더욱 강해질 수 있겠는가.
동맹은 필요할 때만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돕는 만큼 한국도 자유세계의 안보와 동맹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동맹의 기본이다.
전작권 전환 역시 ‘자주’라는 정치적 구호보다 냉정한 군사적 검증이 먼저다. 한국군이 실제로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췄는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지,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미주 한인들은 미국이 얼마나 강한 나라인지 잘 알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국익에 따라 안보전략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한국의 국방력이 강해질수록 한미동맹도 더욱 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로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은 강력한 안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묻는다. 세계 5위 군사 강국이라면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도 정말 안전한가. 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된 뒤에도 한미연합방위체계와 미국의 확장억제는 확실하게 작동할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는 휴전 상태라는 냉엄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강한 국방력과 흔들리지 않는 한미동맹, 그리고 동맹국의 책임을 함께 갖추는 것이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군사력과 동맹이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