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춤, 퍼포먼스로 관객을 만나온 허찬이 이번에는 ‘강아지’가 되어 무대에 오른다. 창작뮤지컬 ‘바둑이와 세리’에서 허찬이 맡은 주인공 바둑이는 봉천동에서 살아가다 길을 잃은 개포동 강아지 세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다. 바둑이는 친구들과 세리를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청계산을 넘고, 유기견 집단과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등 여러 위기를 겪으며 사랑과 우정, 책임의 의미를 알아간다.
[허찬]
신성하와 함께 바둑이 역에 더블캐스팅된 허찬에게 그가 만들어갈 ‘바둑이’와 새로운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바둑이와 세리’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귀엽고 유쾌한 강아지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을 읽어보니 사랑과 우정뿐 아니라 버려짐의 상처, 친구에 대한 책임,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까지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특히 강아지들의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 사람들의 관계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좋았다. 재미있게 보면서도 공연이 끝난 뒤 자기 주변의 관계를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헌다.
Q. 작품에서는 바둑이를 ‘생존 중심의 존재’라고 표현하는데, 어떤 캐릭터라고 해석했나? 처음의 바둑이는 자신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리를 만나면서 자기 자신보다 다른 존재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한다. 첫눈에 반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세리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위험을 겪으면서 사랑에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간다. 바둑이의 가장 큰 성장은 ‘나를 위해 살아가던 존재가 누군가를 위해 움직일 줄 아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바둑이가 세리에게 느끼는 사랑도 여정을 거치면서 달라질까? 처음에는 ‘좋다, 같이 있고 싶다’는 굉장히 솔직한 감정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자신도 무서운데 상대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설렘이 책임으로, 호감이 더 깊은 사랑으로 변해간다고 생각한다.
Q. 유기견 집단과 늑대 등 상당한 위기를 겪는데, 이런 사건은 바둑이에게 어떤 의미인가? 평화로운 상황에서 “세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위험한 순간에도 곁을 지키는 것은 다르다. 특히 유기견들을 만나면서 자신과는 다른 삶과 상처를 바라보게 되고, 늑대 앞에서는 본능적인 공포까지 경험한다. 그럼에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선택을 하는 과정이 바둑이의 성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Q. 사람이 강아지를 연기하는 것도 특별한 도전일 것 같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강아지의 감정과 마음을 내가 어떻게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강아지도 사람도 특별히 다른건 없더라. 온전한 감정을 느끼는건 서로가 동일하게 느끼니까. 예전에 강아지를 키우며 배웠던 감정으로 접근하다 보니 바둑이의 감정을 이해하며 순간순간을 놓칠 수 없겠더라 .관객들이 어느 순간 ‘허찬이 강아지를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그냥 바둑이 배우 허찬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Q. 허찬과 바둑이가 닮은 점도 있나? 한번 마음을 주면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은 닮은 것 같다. 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일에는 마음을 많이 쓰는 편이다. 다만 바둑이는 행동이 굉장히 빠른 친구이고 저는 중요한 문제일수록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 부분은 조금 다른 것 같다.
Q. 가수로 서는 무대와 뮤지컬 무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가수로서는 몇 분 안에 음악과 퍼포먼스로 에너지를 집중했다면, 뮤지컬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캐릭터로 살아가야 한다. 대사가 없는 순간에도 바둑이여야 하니까 ‘내가 어떻게 보일까’보다 ‘지금 바둑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또 인간 허찬은 그 상황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바둑이와 허찬의 그 연결되는 감정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 가수 활동에서 얻은 무대 감각은 도움이 되지만 이번에는 그 위에 캐릭터의 삶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신성하 배우와 같은 바둑이를 연기한다. ‘허찬의 바둑이’는 어떤 모습일까? 일부러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같은 대본이라도 배우의 성격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바둑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둑이의 솔직함과 감정의 변화를 잘 보여드리고 싶다. 처음에는 자유롭고 본능적인 친구였다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책임을 알아가는 변화가 자연스럽게 전달됐으면 한다. 두 바둑이를 모두 본다면 같은 캐릭터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Q. 작품이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끝까지 함께 한다’다. 허찬 배우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말보다 행동에 가까운 것 같다. 좋을 때 함께하는 것과 힘들 때도 곁에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앞에서 끌고 가는 것도 아니다. 상대가 힘들면 기다려주고 같은 속도로 옆에서 걸어주는 것도 함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바둑이와 세리의 여행도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보다 같이 도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작품 역시 우정과 책임, 용기, 동행과 약속을 거쳐 ‘끝까지 함께하는 사랑’을 핵심 메시지로 제시한다.
Q. 사랑을 ‘상처·신뢰·연대·치유’로 표현하기도 한다. 배우에게 사랑은 어떤 모습에 가깝나? ‘신뢰’와 ‘동행’이라는 말이 가장 와닿는다. 사랑이 항상 행복하고 예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상처받는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상대를 믿고 다시 같이 갈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 작품의 사랑도 바둑이와 세리만의 사랑에 머무르지 않는다. 친구 사이에도 사랑이 있고 생명을 대하는 마음에도 사랑이 있으니까.
Q. 공연 밖에서는 유기동물 인식개선 ‘끝까지함개’ 캠페인도 진행된다. 공연에서 이야기한 메시지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고 감동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유기동물이나 입양, 책임 있는 반려문화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한다면 작품이 가진 힘도 더 커질 것 같다. 특히 반려동물은 처음 만나는 순간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함께해야 하는 존재다. 작품의 ‘끝까지 함께한다’는 메시지가 공연장 밖에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끝까지함개’는 공연의 메시지를 현실의 반려문화로 연결해 유기동물 인식개선과 책임 있는 반려문화, 입양문화 확산을 추진하는 캠페인이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 팬들에게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허찬에게 저런 감정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바둑이는 웃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를 위해 용기를 내기도 한다. 여러 감정을 한 작품 안에서 보여드려야 해서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가장 좋은 것은 관객들이 허찬이라는 이름을 잠시 잊는 거다. 그냥 “바둑이 힘내라”고 생각해주면 기쁠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한 가지 이미지로 정해지기보다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보고 싶다. 밝은 역할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어두운 캐릭터나 악역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작품이 발표됐을 때 “허찬이 이번에는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궁금증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허찬의 바둑이를 봐야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끝까지 함께 뛰는 바둑이.” 처음에는 철없고 장난스럽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고 친구들과 위기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바둑이를 진심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관객 여러분도 바둑이와 세리의 여행에 함께해 주면 좋겠다. 많이 웃으시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가족과 친구, 반려동물처럼 내 곁에 있는 존재를 한 번 떠올려봤면 한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와 끝까지 함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남는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