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경찰국(LAPD)의 정신질환자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배심원단이 경찰 측에 1000만 달러가 넘는 배상 평결을 내렸다.
경찰 내부에서 이미 정당한 총격으로 판단했던 사건에 대해 배심원단이 경관들의 과실과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향후 진행될 고 양용씨 사망 사건〈본지 2024년 5월 3일자 A-1면〉 관련 소송에도 관심이 쏠린다.
LAPD 경관들이 총에 맞아 쓰러진 윌버 블랑코에게 수갑을 채우고 있다. 영상에는 경관의 비살상 무기도 보인다. [LAPD 보디캠 캡처]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에 따르면 LAPD 경관들의 총격으로 숨진 윌버 블랑코(당시 42세)의 유가족이 LA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배심원단은 LAPD가 유가족에게 11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23일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당시 총격을 가한 LAPD 사우스이스트 지서 소속 스테판 카루타수, 도미니크 빌루 경관에 대해 각각 중폭행 및 업무상 과실 책임을 인정했다.
25일 LA타임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24년 5월 19일 사우스LA 지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약물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흉기를 들고 노인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블랑코가 접이식 칼을 들고 있었으며, 이에 경관들은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명령했다.
본지가 확인한 검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관들은 블랑코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자, 비살상 무기가 있었음에도 곧바로 실탄 11발을 발사해 사살했다.
이후 해당 경관들은 자체 조사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고, 감독 기관인 LA시 경찰위원회 역시 해당 총격이 정당한 무력 사용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배심원단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의 쟁점은 총격에 앞서 현장 상황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졌는지 여부였다. 유가족 측은 블랑코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였고 경관들에게 비살상 무기가 있었음에도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대응 플랜도 없이 구두 명령만 반복하다 20초도 되지 않아 실탄을 발사했다는 주장이었다.
양용씨 총격 경관 안드레스 로페즈.
이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양용씨 사건의 핵심 쟁점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정신질환을 앓던 양씨는 2024년 5월 2일 LA한인타운 내 자택에서 올림픽경찰서 소속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경찰은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직원 윤수태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기 때문에, 양씨가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은 당시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던 양씨가 문을 열지 않자 가족에게 전달받은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열고 강제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문이 열린 지 불과 8초 만에 로페즈 경관은 주방용 칼을 들고 다가오던 양씨를 향해 곧바로 실탄 3발을 발사했다. 바로 뒤편에 비살상 무기를 들고 서 있던 다른 경관이 있었으나, 비살상 장비는 단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았다.
양씨와 블랑코 두 사건 모두 경찰 내부 자체 조사 및 경찰위원회에서 총격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양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LA시 경찰위원 5명 중 3명이 로페즈 경관의 무력 사용을 정당하다고 판정한 바 있다.
총격으로 양용씨를 숨지게 한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은 현재 아무런 징계 처분 없이 올림픽경찰서에서 정상 근무 중이다. 그는 양씨 사건에 앞서 지난 2021년에도 정신질환자에게 총격을 가했던 전력이 있다.
한편 캐런 배스 LA시장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찰의 총격 사건이 끊이지 않자,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LAPD의 대응 정책과 교육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본지 9월 25일자 A-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