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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금메달 이끈 이해란 “득점 비결요? 언니들의 맛난 패스죠”

중앙일보

2026.09.27 23:27 2026.09.2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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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의 금메달을 이끈 새로운 해결사 이해란. 뉴스1

한국 여자농구의 금메달을 이끈 새로운 해결사 이해란. 뉴스1

“언니들이 워낙 패스를 맛있게 내줬어요. 받아서 던지기만 했더니, 쏙쏙 다 들어가더라고요.”

한국 여자 농구를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으로 이끈 에이스 이해란(삼성생명)에게 ‘폭발적인 득점력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6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결승에서 개최국이자 아시아 최강 일본을 75-7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의 ‘원투펀치’인 국보급 센터 박지수(KB)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가드 박지현(로스앤젤레스 스파크스)이 빠진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서 더 값지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깨무는 이해란. 연합뉴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깨무는 이해란. 연합뉴스

전력이 약하단 평가를 받은 한국의 반전을 이끈 건 포워드 이해란이다. 결승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4점을 터뜨렸고, 리바운드도 9개 기록했다. 이해란은 28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절대 쉬운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한 (박)지수 언니, (박)지현 언니 몫까지 뛰었다”고 밝혔다.

사실 이해란은 대표팀에서 박지수와 박지현이 뛰면 벤치를 지키는 식스맨(후보)이었다.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해란은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김단비(우리은행) 언니의 식스맨이었다. 대표팀은커녕 소속팀에서도 에이스는 아니어서 득점 욕심도 없었다”면서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수, 지현 언니가 빠지면서 박수호 감독님과 동료들이 ‘네가 해결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 순간 ‘득점 본능’이 깨어났다”고 말했다.

이해란은 박지수, 박지현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연합뉴스

이해란은 박지수, 박지현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연합뉴스

프로 5년 차 이해란은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피지컬(1m82㎝)에 스피드까지 빨라서 큰 잠재력을 가진 선수로 평가 받았다. 중고교 시절 30점-20리바운드를 밥 먹듯 기록한 초대형 유망주 출신이다. 2021~22시즌을 앞두고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5시즌 평균 득점이 12.4점인데, 지난 시즌(2025~26) 17.4점으로 득점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종전 팀의 간판 배혜윤이 은퇴하면서 2026~27시즌부터 이해란이 팀의 에이스를 맡는다. 연봉도 최근 팀 내 최다인 2억8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이해란은 “사실 어려서부터 한국 여자 농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기대를 받았기 때문에 부담을 이겨내는 데는 익숙하다.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래서 해결사 역할이 주어지기를 기다렸는 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이해란은 시즌 중에도 경기 후 혼자 체육관에 들어와 1시간 동안 몇 백 회 이상의 슈팅을 쏘고 퇴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어머니 덕분이라고 밝힌 이해란. 뉴스1

폭발적인 스피드는 어머니 덕분이라고 밝힌 이해란. 뉴스1

이해란은 가장 큰 고비는 중국과의 4강전(85-80승)을 꼽았다. 2m20㎝ 센터 장쯔위를 막았다. 그는 “제가 두 손을 들어도 장쯔위의 가슴 높이 정도라서 무척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못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불가능은 없더라. 막상 뛰어 보니 막을 만했고, 슛감도 좋았다. 그때부터 눈빛이 돌변한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해란은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는 “금메달 소식에 어머니께서 가장 기뻐하셨다. 제가 장단지가 두꺼운 일명 ‘말 다리’인데, 어머니에게 물려 받았다. 덕분에 잘 빠르고 체력도 좋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내일 소속팀 합류라서 전남 담양의 본가에 못 갔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해란은 여자 배구 레전드 김연경 닮은꼴이다. 그는 “김연경 선배님과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선배님의 자서전도 읽었고, 승리를 갈망하는 마인드를 배우려고 한다. 언젠가 정식으로 만나서 인사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완벽한 마무리라서 좋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이해란은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받자마자 세리머니 삼아 깨물었는데, 메달에 금이 갔어요. 너무 세게 물었나 봐요. 어쩌죠?”라고 말했다. 이 순간만은 승부사가 아닌 유쾌한 젠지세대였다.
피주영 기자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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