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은 1974년 8월 15일 문세광의 총탄을 맞고 서울대병원에 실려 온 육 여사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당시 34세 청년이었다. 사진은 지난 2024년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 전 비서관. 중앙포토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박정희 악마화’에 불과하다.”
1971년부터 3년간 고 육영수 여사를 보좌했던 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은 28일 육 여사 피격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박정희기념재단과 육영재단 측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날 중앙일보 라이브 정치 토크쇼 ‘불편한 여의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육 여사 빈소에서 나를 붙들고 대성통곡했고, 밤에도 빈소를 찾아 홀로 분향하며 울었다. 이런 분이 정권 유지를 위해 아내를 숨지게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영화를 보았나
“봤다. 박정희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부인 육여사를 살해했다는 얘기인 듯한데 앞뒤가 전혀 맞지 않고 악의적인 ‘박 대통령 악마화’일 뿐이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Q :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청와대 경호실장과 중앙정보부가 (암살) 음모를 실행했다는 식으로 영화를 끌고 가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런 엄청난 짓거리를 할 수 있겠나. 최소한 몇 년 몇 달을 공작해야 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이 그런 공작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부인을 살해했다는것인가? 숨진 육 여사 시신이 청와대로 운구됐을 때 박 대통령이 슬퍼한 모습을 직접 본 나로선 ‘영화인들이 돈벌이에 눈이 뒤집히면 이런 무서운 짓도 하는구나’는 생각이 든다.”
Q : 육 여사 시신이 운구됐을 때 박 대통령 반응이 어땠나
“소식 듣고 달려온 국무위원들이 박 대통령에 머리 숙여 조의를 표했는데 박 대통령은 침착하게 답례를 한 뒤, 시신이 안치된 청와대 본관 1층 영부인 접견실에 들어왔다. 접견실 입구에 서 있던 나는 눈물을 못 참고 울고 있는데 그걸 본 박 대통령은 나를 확 끌어안더니 대성통곡을 했다. 엄청난 울음소리에 슬픔이 북받쳐 대통령 껴안고 마구 울었다. 김정렴 비서실장이 ‘각하 모시고 이러면 어떡해’라고 해서 겨우 울음을 멈추고 대통령을 접견실로 모셨다. 대통령은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빈소에 와서 분향하고 통곡했다. 거기서 당직 서던 경호원들이 안타까움에 두 눈을 들지 못했다. 그렇게 부인을 사랑한 대통령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부인을 숨지게 했다니 말이 되는가.”
Q : 영화는 대통령 경호실과 중앙정보부가 암살에 관여했다는 뉘앙스인데
“박종규 (당시) 경호실장은 초급 장교 시절부터 박 대통령 따라다닌, 동생 같은 관계였다. 형수님이나 다름없는 육 여사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꾸밀 수 있겠나. 또 신직수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내가 보기엔 박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성격이 워낙 점잖고, 원만하고, 착실하며 충성심이 강해 박 대통령이 사석에서 칭찬을 많이 했다. ‘신직수 부장은 내게 거짓말을 해도 곧이들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 말할 만큼 신임했다. 그런 그가 육 여사 암살에 관여했다는 건 천인공노할 왜곡 조작이다.”
Q : 유족이나 박 대통령 기념 재단 측 반응은?
“박지만 회장이 박대통령 기념재단 측에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부탁해 재단과 육영재단 측이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영화가 박 대통령 내외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해 두 분을 기리는 재단 활동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한다.”
1940년생인 김두영 전 비서관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육영재단 기획실장으로 일하다가, 71년 청와대에 들어가 3년 제2부속실 행정관으로 육 여사를 보좌했다. 74년 8월 15일 문세광의 총탄을 맞고 서울대 병원에 실려 온 육 여사의 심폐소생을 위해 발목을 부여잡다가, 사실상의 임종을 지켜본 사람이 김 전 비서관이다. 당시 34세 청년이었다.
이 인터뷰는 중앙일보 홈과 유튜브의 ‘불편한 여의도’ 28일자 방송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중앙플러스-JP가 증언한 피격 사건 전말
“육영수 여사가 흉탄에 절명” 박정희 소리내 엉엉 울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