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주택난 등 민생 문제로 지지세가 약화한 미국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텃밭’에서의 승리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공화당계 정치단체와 거액 후원자들은 이들 지역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간선거 접전 지역의 상·하원 후보 20여 명은 최근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주택 매입이 집값과 임대료 상승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자금력이 풍부한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입으로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작 실수요자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앞다퉈 기관투자자의 주택시장 진입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당을 불문하고 주택난이 중간선거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특히 집권 공화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미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율은 60.4%에 달했다. 두 차례의 임기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직후보다도 높다. 주택난에 더해 이란전쟁으로 인한 유가·에너지·비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성향 슈퍼팩 ‘아메리칸스 포 프로스페리티 액션(Americans for Prosperity Action)’의 선거운동원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리보니아에서 가정 방문 유세를 하며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마이크 로저스의 전단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9월 1일 이후 공화당 성향 정치단체와 기부자들이 최소 39개 하원 선거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들 39개 선거구는 기존에 공화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던 곳들이다.
보수 성향 정치행동위원회(PAC)는 노스캐롤라이나 제3선거구의 그레고리 머피 하원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13만1107달러(약 1억8400만원)를 지출했다. 비(非)당파 공공정책·전략 커뮤니케이션 업체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에 따르면 이곳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14%포인트 넘게 이긴 ‘공화당 확실 우세’ 지역이었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선 승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8%포인트 차로 승리했던 텍사스 남부에서도 공화당 단체들이 모니카 델라크루즈 하원의원을 위해 약 200만 달러(약 28억원)를 지출했다. 이 지역은 최근 ‘공화당 우세’에서 ‘경합’으로 변경됐다.
알래스카·아이오와·오하이오도 비상이다. 모두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이겼던 지역이지만,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 지역들의 의석을 방어하기 위해 후원자들에게 890만 달러(약 125억원)의 추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중간선거 전당대회 이틀 째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한 뒤 풍선이 떨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공화당의 자금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광고 추적업체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공화당은 앞으로 몇 주간 최소 8억8800만 달러(약 1조2432억원)의 광고비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쓸 것으로 추산되는 6억6600만 달러(약 9324억원)보다 2억2200만 달러(약 3108억원)나 많다. 비엣 셀턴 민주당의회선거위원회(DCCC) 대변인은 “공화당은 미국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확실한 패배를 돈으로 해결해보려는 마지막 ‘헤일 메리(Hail Mary,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하원 의석수는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이다.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4석을 순증하면 다수당이 된다. 내털리 발다사레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전국 공보비서관은 로이터에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기감에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을 지원하는 수퍼팩이 보유한 자금 가운데 4억~5억 달러(약 5600억~7000억원)를 공화당의 중간선거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발언은 수퍼팩 자금을 자신이 통제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논란도 불거졌다. 비영리 선거감시단체 캠페인리걸센터(CLC)는 연방 선거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