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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모인 수학 석학 24인, “박사 학위, 논문만으로 안된다” [팩플]

중앙일보

2026.09.28 01:19 2026.09.28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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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학 석학들이 앞으로 수학 박사 학위를 수여할 때 “논문만으로 수여해선 안 되고, 연구자가 논문 내용을 완전히 숙지했는지 대면 심사를 거칠 것”을 요건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인공지능(AI)이 수학 난제를 잇달아 해결하는 등 AI의 ‘수학 침투’ 흐름이 거세진 가운데 나온 주장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미국 하버드대 등에 따르면 지난 17~18일(현지시간)에 걸쳐 하버드대에 수학 석학 24명이 모여 ‘AI 시대의 수학 박사 교육에 관한 회의’를 가진 뒤, 수학 박사 학위 요건을 수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9개 권고안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 중앙일보는 논의 참여자인 미국수학회(AMS) 회장 라비 바킬 스탠퍼드대 수학과 교수를 통해 해당 보고서를 입수했다. 보고서 작성은 대수기하학 분야 석학인 조 해리스 수학과 교수 등 하버드대 교수 7명을 포함해 MIT·프린스턴·스탠퍼드 등 주요 대학 수학과 교수들이 4개 분과로 나눠 진행했다.

보고서는 AI 시대 수학 박사 학위에 대해 “학위 과정 목표는 유지하되, 운영 방식과 평가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학 석학들은 이를 위해 AI 활용 3대 연구 윤리 원칙을 제시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나오는 수학 연구 내용의 정확성과 이해에 책임을 지고,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며, 연구자료를 AI 시스템에 입력하기 전 관련 당사자 모두의 명시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오픈AI의 AI모델이 수학계 7대 난제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을 풀었다고 주장한 후, 일부 연구자와 오픈AI 간 저작권 논쟁이 불거진 점을 염두에 둔 걸로 풀이된다.

석학들은 박사 학위 요건으로 ‘결과보다 설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모델이 내놓은 단순한 답만으로는 박사 학위를 부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들은 박사 과정에 대해 “여러 명의 교수가 최소 연 1회 이상 연구 진척도에 대해 엄격하게 대면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학위도 “논문 텍스트만을 주된 근거로 수여해서는 안 되고, 논문 내용의 완전한 숙지를 요구하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내용에 대해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박사 학위 요건으로 제시했다. 또 학생들에겐 연구 과정에서 “AI 도구 없이 손으로 연구하는 법을 의식적으로 익히고, AI 사용에 대해 지도교수와 정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수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필즈상 수상자 25인이 “AI의 수학 문제풀이 경쟁이 수학에 해롭다”고 성명을 내는 등 AI 모델의 순수학문 활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는 ‘인간 수학자’가 깊이있는 수학을 만들고, 소통하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지금 이 시기가 수학 박사에 더 엄격한 기준을 도입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몇 달 간 숙의를 거쳐 보고서를 수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성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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