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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시신 옆 통곡했건만”…‘박정희 배후설’에 들끓는 보수

중앙일보

2026.09.28 02:02 2026.09.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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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홍보물. 연합뉴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홍보물. 연합뉴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영화에 ‘박정희 배후설’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논란이 확산하면서 보수 진영은 28일 일제히 공세를 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5·18은 말 한 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을 당한다”며 “그러나 6·25 북침론, 천안함 미국 잠수함 충돌 주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 모욕은 좌파 전유물인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개봉해 28일 오후 5시 기준 누적 관객 수 157만명을 기록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 여사 피격 사건을 다뤘다. 문제는 당시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재판을 거쳐 범인으로 확정돼 사형까지 집행된 재일 교포 문세광이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영화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역사적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왜곡”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구자근·강명구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구자근·강명구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보수 진영에서 상징성이 큰 박 전 대통령을 육 여사 살해 사건의 배후로 암시했다는 점에서 보수 야권의 분노는 거세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 구미를 지역구로 둔 구자근·강명구 의원은 28일 국회 회견에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황당무계한 음모론이고,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상도덕에 어긋나는 패륜”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의원도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라며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음 달 국정감사에 허 감독을 증인·참고인으로 부르겠다는 입장이다.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는 엄정하게 비판해야 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살인 배후설까지 보탤 이유는 없다”고 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에 “5·18이 북한 소행이고, 세월호 참사가 민주당 소행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면 많은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썼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과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잇따라 입장을 내고,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재단은 입장문에서 “문세광이 조총련에 포섭돼 저격을 실행하게 된 과정이 수사·재판 기록에 나타난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영부인 암살을 기획했단 주장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재단 측은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 김현동 기자

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 김현동 기자


1971년부터 육 여사가 서거하는 순간까지 3년간 보좌했던 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도 이날 중앙일보 정치 토크쇼 ‘불편한 여의도’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을 악마화한 악의적 영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사건 직후 국무위원 앞에서 차마 울지 못하고 국무회의실을 나와 나를 확 끌어안고 대성통곡했다”며 “새벽에도 시신이 안치된 곳에서 혼자 흐느꼈다. 그런 사람이 자기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2002년 방북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실상 북한 소행을 인정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발간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정권 기관의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일로, 극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유감을 표합니다’라고 말했다”며 “아버지를 암살하려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건에 대해 당사자인 북한 최고 지도자로부터 직접 사과와 유감 표명을 들은 것은 뜻밖이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보수 야권의 반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장동혁 대표는 영화와 싸우나. 암살자(들)은 픽션이다.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고 썼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 공작의 DNA가 흐르는 거 아니냐”며 야권의 공세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다만, 민주당에선 보수 결집을 우려해 반응을 자제하는 기류가 읽힌다. 초선 의원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당에서 개입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암살자(들)’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8일 입장문을 내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규태.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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