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목에 건 ‘왕’들이 왕좌를 지키러 돌아온다. 부재중에도 1위 자리는 지켰지만, 복병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대회 5연패를 달성한 야구대표팀이 28일 귀국했다. 선수들은 정규시즌 막바지 일정이 한창인 소속팀에 29일 복귀한다. 특히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한 홈런 1위 김도영(KIA 타이거즈), 다승 공동 1위 최민석, 탈삼진 1위 곽빈(이상 두산 베어스) 등은 팀 성적에 더해 ‘개인 타이틀’이라는 영예를 위해 다시 고삐를 조인다.
AG 결승전 결승타의 주인공 김도영은 올 시즌 유일하게 40홈런 고지에 오른 뒤 대표팀으로 떠났다. 시즌 내내 홈런왕 선두 경쟁을 펼친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이 39개까지 쫓아온 상황이라 1위 수성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오스틴이 2주간 단 하나의 홈런도 추가하지 못했다.
다만 예기치 못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KT 위즈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가 지난 2주간 10경기에서 만루홈런 포함 5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뽐내며 선두권에 합류했다. 시즌 홈런 수를 34개에서 39개로 훌쩍 늘린 그는 오스틴과 함께 공동 2위에 자리 잡고 김도영을 1개 차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당초 ‘투톱’이던 경쟁 구도가 ‘삼파전’으로 번진 셈이다.
다승왕 레이스도 치열하다. 두산 2년 차 선발 최민석은 올 시즌 14승(4패)으로 LG 임찬규와 공동 선두를 지키다 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시 공동 3위권(11승) 투수들과의 격차가 3승으로 벌어진 상태라 경쟁자 임찬규의 승리 추가 여부만 신경 쓰면 될 듯했다. 최민석은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뒤에도 계속 선두라면 그땐 다승왕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임찬규 역시 승리를 더 따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 사이 3위 그룹에 있던 KT 에이스 고영표가 3경기에서 2승(1패)을 수확하며 13승(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는 지난 26일 키움 히어로즈전(6이닝 3실점)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패전 투수가 됐는데, 이날 승수를 추가했다면 세 명이 1위 자리를 나눠 가질 뻔했다.
최민석·임찬규와 고영표의 격차는 단 1승에 불과하다. 팀당 10경기 안팎인 잔여 경기 등판에서 승부가 갈린다. 고영표는 “아직 타이틀 홀더 경험이 없다 보니 기회가 오면 한 번은 해보고 싶다”면서도 “욕심만으로 (트로피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던지고, 내가 등판하는 날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했다.
‘탈삼진 머신’ 곽빈은 김도영·최민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였다. 186개로 이 부문 선두인데, AG 대표팀 소집 전까지 2위 엘빈 로드리게스(롯데 자이언츠·당시 162개)에 24개 차로 넉넉하게 앞서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주간 로드리게스가 두 차례 등판에서 탈삼진 18개를 추가하며 180개를 채웠다. 두 경기 합계 9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삼진만큼은 매번 9개씩 잡아내 곽빈과의 간격을 6개 차까지 좁혔다. AG에서 ‘대한민국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곽빈이 본격적으로 수성에 나설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