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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스마트GMP, 식품 안전의 기준 바꾼다

중앙일보

2026.09.28 08:01 2026.09.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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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수 동양미래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임권수 동양미래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공항에서 수하물을 저울에 올린다. 수하물 기준을 초과할까 싶어 숫자를 확인하고, 그 기준에 가까워질수록 100g이란 작은 숫자에 시선이 멈춘다. 기준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가 그 작은 차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 제조현장에선 저울의 숫자가 더욱 중요하다. 원료를 몇g 더 넣거나 덜 넣는 일이 단순한 수치 차이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능성 성분의 함량이 달라질 수 있고,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사람이 직접 계량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는 작업자의 착오나 기록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작업자가 바뀌거나 생산량이 늘수록 관리 부담도 커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4년부터 원료 구입, 제조, 출하 등 전 공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더해 계량값·온도 등 주요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기록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스마트GMP다.

스마트GMP의 핵심은 기록의 자동화다. 작업이 끝나면 저울은 다시 0으로 돌아가지만 데이터는 남는다. 언제 어떤 원료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기준을 벗어난 공정상 오류를 보다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현장의 관리 효율뿐 아니라 기록의 신뢰성까지 높이는 기반이 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공정 개선과 품질관리의 근거가 된다. 완제품 검사에서 문제를 찾아내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제조과정 자체를 데이터로 관리해 사전에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안전관리의 중심을 옮길 수 있다.

다만 스마트GMP의 확산 속도는 아직 빠르지 않다. 설비와 프로그램 도입 비용이 들고,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인력과 기술 역량도 필요해서다. 특히 중소업체에는 초기 투자비와 전문인력 확보가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확산정책의 초점은 ‘도입을 권고하는 것’에서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업체 규모와 준비 수준에 맞게 구축비·기술지원·인력교육을 연계하고, 계량 자동기록부터 공정 데이터 관리, 제조기록 전산화로 이어지는 단계별 표준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완성형 시스템을 요구하기보다 작은 자동화부터 시작해 효과를 확인하고 점차 고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GMP는 특정 기업의 생산성 향상만을 위한 설비투자가 아니라 제조과정의 오류를 줄이고 제품의 신뢰와 국민의 식품안전을 높이기 위한 기반 투자다. 저울의 숫자는 다시 0이 되지만 안전을 지키는 기록은 남아야 한다. 중소업체도 그 기록의 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스마트GMP 확산의 출발점이다.

임권수 동양미래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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