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이 구상의 집에 머무르던 시기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 작품.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구도(求道)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구상(1919~2004)과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을 주제로 한 축제가 경북 칠곡에서 열린다. 각각 서울과 평안남도 평원군이 고향인 두 거장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다루는 이유는 뭘까.
‘자네는 이제 모든 게 아무치도 않어 참 좋겠네. 어디 顯夢(현몽)이라도 하여 저승소식 알려 줄 수 없나. 자네랑 나랑 친하지 않었나 왜.’
시인 구상이 화가 이중섭의 사망 후 그를 추모하며 쓴 ‘초토의 시 14’ 중 일부다. 험난했던 전후(戰後) 한국에서 인연을 맺은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에 대한 그리움을 대화체 형식으로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비록 나이는 서로 달랐지만 우정이 깊었던 두 거장. 둘의 본격적인 인연은 이중섭이 1955년 구상의 집에 머무르면서였다. 당시 이중섭은 일본에서 지내는 가족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지만 작품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해 계획이 좌절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이 시기 이중섭은 ‘시인 구상의 가족’을 그려 선물하기도 했다. 구상과 이중섭은 칠곡 왜관 이곳저곳을 함께 걸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칠곡군은 두 거장의 이런 인연을 축제로 승화시켰다. 구상과 이중섭이 거닐었던 왜관 도심 곳곳에서 미디어아트, 공연, 전시, 체험 등을 풀어낸 축제를 기획했다. 다음 달 25일까지 왜관역에서 구상문학관으로 이어지는 왜관 원도심 11개 공간에서 ‘2026 제4회 칠곡 트랜스미디어 축제’를 진행한다.
축제에서는 문학과 미술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왜관 원도심 곳곳에서 선보인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은 두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왜관 원도심을 걷는 ‘우정길 투어’다.
원도심 7개 전시공간을 둘러보는 ‘전시관 투어’도 운영된다. 전문 도슨트와 함께 원도심을 걷는 워킹 도슨트와 이중섭의 은지화를 따라 그리는 체험이 마련됐다.
공연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구상과 이중섭의 우정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다음 달 3일 무대에 오르고 10~11일엔 ‘2026 칠곡 아트페어’ 가 열린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두 거장의 이야기를 원도심과 연결해 칠곡만의 문화콘텐트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