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203조원 자사주 추가 매입…美 기업 사상 최대 규모
중앙일보
2026.09.28 08:31
2026.09.28 13:25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컴녹의 덤프리스 하우스에서 인공지능(AI) 분야 개발·활용 방안 논의를 위해 공동취재 인터뷰를 녹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1500억 달러(약 203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한도를 추가로 승인했다. 자사주 매입 승인액 증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이사회가 기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의 한도를 1500억 달러 늘리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앞으로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수 있는 잔여 승인 한도는 2350억 달러(약 318조원)로 확대됐다.
이번에 추가된 1500억달러만으로도 애플이 2024년 5월 발표한 1100억 달러(약 149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넘어선다.
엔비디아 이사회는 불과 4개월 전에도 자사주 매입 한도를 800억 달러(약 108조원) 늘렸다. AI 반도체 사업의 성장으로 현금이 빠르게 불어나자 주주환원 규모를 다시 대폭 확대한 것이다.
4개월 만에 또 증액…AI 호황에 현금도 급증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의 성장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AI와 가속 컴퓨팅으로의 플랫폼 전환에 의해 이끌리고 있다”며 “강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에 투자하는 동시에 주주들에게 자본을 환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AI 사업 성장에 따른 현금 창출력을 대규모 주주환원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 확대는 엔비디아가 7월 말로 끝난 분기에 사상 최대인 962억 달러(약 13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이후 나왔다. 엔비디아는 2028 회계연도 매출이 약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5조4000억 달러(약 7306조원)를 넘어섰다.
엔비디아 주가는 자사주 매입 확대 소식이 알려진 뒤 장전 거래에서 약 2% 올랐으나 장 초반에는 하락세를 보였다.
상장사 13곳·비상장사 229곳 투자…AI 생태계에 자금 공급
엔비디아는 이날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도 공개했다. 투자 대상에는 상장 기업 13곳과 비상장 기업 229곳이 포함돼 있다. 회사 측은 투자금 회수를 통해 거둔 수익이 투자 원금의 3배를 넘는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투자에서 발생한 초과 현금 흐름을 자사주 매입과 점진적인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AI 산업에 대한 직접 투자뿐 아니라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협력해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 달러(약 676조원)가 넘는 제3자 자본을 동원하는 금융 플랫폼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500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거나 해당 금액을 보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회사 등 외부 투자자의 자금을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장기간 임차할 예정인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사업에도 신용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공시한 관련 보증 의무의 상한은 1050억 달러(약 142조원)다.
엔비디아는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이 필요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8월 말 실적 발표에서 “이러한 성장세를 뒷받침하려면 엔비디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하고 인프라 금융도 지원…‘순환 금융’ 우려도
엔비디아가 AI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의 자금 조달에도 관여하면서 일각에서는 ‘순환 금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고 해당 기업과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다시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하는 구조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대응하려면 관련 기업들이 자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