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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동탈취 해결 막으면 비자 제한”…한국, 5년 연속 ‘미준수국’

중앙일보

2026.09.28 12:57 2026.09.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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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 쪽 부모가 무단으로 자녀를 해외로 데려가는 ‘부모에 의한 국제적 아동 탈취’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방해하는 외국 정부 관계자, 판사, 법 집행 기관 관계자 등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밝혀 한국에 적용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국무부는 수년째 한국을 관련 국제 협약의 ‘지속적 미준수국’으로 지목해 왔다.

한국인 부인이 자녀들을 한국으로 데려가 수년 간 생이별했던 미국인 아버지 존 시치. 그는 아무리 걸어도 아이들에게 닿을 수 없다는 취지로 러닝머신 시위를 벌였으며, '러닝머신 아빠'로 불리며 국제적 아동 납치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시치는 지난 2024년 4월 자녀들과 다시 만나 미국으로 돌아갔다. 중앙 포토

한국인 부인이 자녀들을 한국으로 데려가 수년 간 생이별했던 미국인 아버지 존 시치. 그는 아무리 걸어도 아이들에게 닿을 수 없다는 취지로 러닝머신 시위를 벌였으며, '러닝머신 아빠'로 불리며 국제적 아동 납치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시치는 지난 2024년 4월 자녀들과 다시 만나 미국으로 돌아갔다. 중앙 포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부모에 의한 국제적 아동 납치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방해하거나 이를 방조한 개인 및 그들의 직계가족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며 “외국 정부 관계자나 판사, 사법 행정가, 법 집행 관료가 의도적으로 국제적 아동 탈취의 해결을 가로막는 경우 가족 간 생이별의 기간은 길어지고, 아이들이 미국(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막히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책을 통해 국무부는 국제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들이 책임을 이행하도록 압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이 언급한 국제협약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이다. 한국과 미국은 모두 해당 협약의 가입국으로, 한쪽 부모가 자녀를 다른 협약국으로 무단 이동시키거나 돌려보내지 않을 경우 아이를 원래 생활 기반이 있던 국가(상거소국, country of habitual residence)로 돌려보내도록 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조치가 “아동을 상거소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법률이나 정책, 법원 명령을 고의로 이행하지 않거나 준수하지 않는 개인”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무부는 국제 아동 납치에 대한 연간 보고서에서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한국에 대해 “미준수의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발간된 보고서에서는 “12개월 넘게 계류 중인 한 사건에서 한국 관계당국은 탈취된 아동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를 찾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못했다”며 “한국 사법당국은 지난해 일부 사건의 처리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또 “자발적인 이행을 제외하면 한국 법원이 헤이그협약 사건에서 내린 결정은 대체로 집행되지 않았으며, 이는 한국의 지속적인 비준수 양상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짚었다.

국무부는 실제 한국 정부에 아동 탈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국무부가 헤이그 협약의 지속적 미준수국과 관련해 취한 조치를 소개한 의회 제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주한 미 대사관 총영사 등이 외교부 측과 최장기 미해결 사건에 대해 논의했고, 일곱 번째 반환 명령 집행이 실패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다시 한국 중앙 당국과 집행 문제를 협의했다. 지난 3월에는 국무부 아동문제 특별 고문이 한국 대표단을 만나 한국의 헤이그 협약 상 아동 반환 명령 집행 실패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제기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앞서 미국인 존 시치는 한국인 배우자가 지난 2019년 두 자녀를 한국으로 데려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며 헤이그 협약에 근거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까지 아이를 돌려보내라고 시치의 손을 들어줬지만, 오랜 기간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시치는 아무리 걸어도 아이들에게 닿을 수 없다는 취지로 서울 한복판에서 러닝머신 위를 걷는 1인 시위를 벌여 ‘러닝머신 아빠’로 불리며 사안의 심각성을 환기시켰고, 2024년 4월에야 자녀들과 다시 만나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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