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공공주택 조성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27일 공원 인근 아파트에 게첩 된 모습. 김정재 기자
북한이탈가정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인 여명학교 건립 및 염창공원 공공주택 조성 계획을 두고 서울 강서구민들의 공분이 들끓고 있다. 두 사안을 반대하는 모습을 두고 일각에선 ‘님비’(Not In My Back Yard)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주민들은 “난데없이 통보해놓고 우리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반발 중이다. 이를 중재하려는 정부 주도의 설명회는 파행됐고 일부 주민들은 감사까지 요청하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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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품어달라”vs“정해놓고 통보”
여명학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서울시의회에 행정사무감사 시민 제안서를 제출했다. 비대위는 “여명학교가 염강초 부지에 들어올 때는 임시사용이라고 약속했었는데 최근 영구사용으로 말을 바꿨다”며 “당초 부지에 교육청 산하 유아교육진흥원과 유아체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왜 학교까지 들어오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는지 감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명학교는 2023년부터 강서구 염강초 건물을 빌려 운영 중이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여명학교의 모습. 김정재 기자
실제 여명학교의 염강초 사용 기간은 내년 2월까지였다. 하지만 지난 7월 학교와 통일부·서울시교육청·현대차그룹 등이 교사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부지에 새 건물을 지어 2029년부터 운영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교육청은 염강초 부지를, 현대차는 사업비 약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일부도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두고 “소통 없이 결정됐으니 철회하라”는 비대위와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교육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7일 여명학교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조명숙 교장은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품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주민들도 “우리를 살려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일부 주민은 “하루 전 일정을 공지하고, 이렇게 감정으로 호소하면 우리만 악마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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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vs“만만한 게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도보로 약 800m 떨어져있는 염창공원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8·13 부동산 대책에는 염창공원 일대에 약 10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는데, 인근 주민들이 “생활 인프라 확충이 먼저”라는 이유로 반대하면서다.
27일 서울 강서구 염창산에서 바라본 염창공원 부지의 모습. 건물 유리창은 깨져 있었고 녹슨 철제 주차장에는 먼지와 낙엽이 수북했다. 굴삭기와 불법주차 차량도 공터에 그대로 세워져 있다. 김정재 기자
27일 염창공원 인근 아파트 단지에는 ‘콘크리트 숲을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다수 걸려있었다. 인근에서 마주친 50대 이모씨는 “주민들을 위해 녹지로 만들어 개방할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가 있느냐”며 혀를 찼다. 20년 간 강서구에 살았다는 양모(62)씨는 “임대주택·특수학교 등 기피 시설이 이미 집중 돼 있는 강서구가 만만해 보이는 것”이라며 “순진하게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는 생각이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염창 주거환경 비대위는 지난 23일 강서구의회 앞에서 난개발 저지 결의대회도 진행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염경중학교에서 열린 염창공원 공공주택지구 지정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가운데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주민들에게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의 염창공원은 1977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됐다. 이후 1990년 민간사업자가 골프연습장 등 수익시설을 조성하는 대신 문화회관·청소년회관·경로당 등 편의시설을 함께 짓는 조건으로 공원 조성사업이 시작했다. 하지만 수익시설만 조성된 채 나머지 시설은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강서구는 2006년 계획 인가를 취소했고, 개발은 장기간 표류 중이다.
지난 11일 강서구청 주도로 진행된 염창동 개발 주민설명회는 갈등으로 얼룩졌다. 주민들이 설명회장 밖에 모여 “공원 조성 약속을 지켜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저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진교훈 구청장이 자리를 뜨려 하자 일부 주민들이 관용차를 막아서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부구청장이 주민들과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27일 서울 강서구에 염창공원 공공주택 조성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의힘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정재 기자
불만의 화살은 여권을 향하는 모양새다. 비대위 카카오톡 채팅방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를 팔아먹었다”거나 “진 구청장과 한정애 의원은 다음 선거 때 꼭 심판할 것”이라는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당협위원장들은 “주민들을 무시한 막개발을 중단하라”며 비대위의 단체 행동을 응원중이다. 익명을 요청한 구청 관계자는 “사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