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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잘 안다며 은밀 청탁”…수사권 쥔 경찰 흔드는 그 전화

중앙일보

2026.09.28 13:00 2026.09.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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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 새 형사사법 체계 시행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것과 비례해 경찰 유관단체의 비공식적인 사건 문의와 청탁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경찰관들 사이에 팽배하다. 담당해야 할 사건은 늘어나는 반면, 수사 지연에 따른 전보나 감찰 등 페널티를 받아야 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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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민원에서 수사까지…유관단체 ‘외압 통로’ 우려


10월2일 개정 형소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 내부에선 수사 및 민원 등에 대한 외압을 없애고 미제 사건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을 주는 등 조직쇄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사진은 기사 내용을 반영한 인공지능 이미지. 퍼플렉시티.

10월2일 개정 형소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 내부에선 수사 및 민원 등에 대한 외압을 없애고 미제 사건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을 주는 등 조직쇄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사진은 기사 내용을 반영한 인공지능 이미지. 퍼플렉시티.


수사 부서에 근무하는 A경찰관은 최근 고민이 커졌다. 다음 달 2일 검찰청이 사라지고 경찰이 더 많은 수사를 하게 되는데, 권한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각종 경찰 유관단체들의 비공식 사건 문의와 청탁이 밀려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청탁신문고가 있지만, 각종 인맥을 동원하는 탓에 각 과·팀장급에선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 유관단체에는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 경찰발전협의회, 안보자문협의회, 생활안전협의회 등이 있다. 경우회는 퇴직 경찰의 친목·복지·치안협력이 주목적인 단체다. 경발협·안자협·생안협 등은 치안정책과 부조리에 대한 주민 의견을 제시한다. B경찰관은 “특정 건물 (진입이 유리하도록) 신호를 길게 해달라거나 중앙선을 끊어달라, 횡단보도를 이설해 달라는 등 편의 요구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서울남부지법은 경우회 간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에 개입하고 지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피고인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원 판결문 발췌.

지난 2017년 서울남부지법은 경우회 간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에 개입하고 지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피고인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원 판결문 발췌.


민원을 넘어 범죄행위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2017년 7월 한 해병대용품점 사장은 퇴직 경찰 모임인 ‘경우회’ 인맥을 이용해 지인의 사건무마를 청탁하려다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돼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지인이 서울 영등포구청 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전북경찰청 수사를 받게 되자 “경우회 간부를 잘 안다. 돈을 줘 사건을 잘 해결해 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고 조사 시 동행하기도 하는 등 수사 내용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관단체를 통한 수사개입 차단은 경찰 조직의 해묵은 숙제다. 지난 2019년 버닝썬 투자사 대표가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 밝혀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후 단체명을 협의회로 바꾸고 위원 연임 1회 제한, 특정 분야·단체·성별 60% 초과 금지 등 운영규칙도 개선했지만 외압 시도가 여전하다는 게 경찰 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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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檢 미제 16만여건 경찰로?…“지연 페널티”우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처리할 ‘사건의 수’도 고민거리다. 경찰은 수사 진척을 독려하기 위해 수사관이 6개월 넘게 개시한 수사를 지연하거나 3개월 이상 수사를 시작하지 않을 땐 보유 사건 수를 따져 전보유예·감찰·수사경과 해제 등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무진은 시간에 쫓겨 ‘사건 던지기’를 할 수밖에 없는 등 역효과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수사 부서에 근무하는 C경찰관은 “사건 수는 폭증하는데 수사 기간이 길어진다고 페널티를 주면, 결국 대충 마무리해 공소청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며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이 출석하란다고 순순히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통신·금융계좌 등 영장회신 기다리는 데만 한두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검찰에서 이관될 수만여건의 미제 사건의 수를 고려하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찰엔 총 470만5000건 이상의 관리미제 사건이 누적돼있다. 관리미제는 경찰이 계좌추적 등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추가 단서도 확보하지 못한 사건이다. 여기에 올해 7월 기준 16만여건인 검찰 미제 사건까지 대부분 경찰로 넘어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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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수사 관계 기록’ 열람·등사…수사 사유도 밝혀야 하나


지난 1월30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국 규탄 대학생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문 제출을 위해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이동하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지난 1월30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국 규탄 대학생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문 제출을 위해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이동하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수사기록 열람·등사 확대 가능성도 일선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개정 형소법 245조의12엔 ‘사법경찰관 또는 검사는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수사 관계 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가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들어갔다. 종전에도 수사준칙에 따라 불송치 사건 기록 열람·복사는 가능했지만 ‘수사 관계 기록’으로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피해자의 이의신청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수사관들 사이에선 불송치 후 수사 과정까지 세세하게 문제 삼는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D경찰관은 “고소인이 기록을 보고 ‘왜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느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사실상 수사 경과와 이유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할 수도 있다”며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수사 과정을 따져 법왜곡죄로 경찰을 고소·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사팀 발령을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우선 수사 담당 경찰 인력을 증원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서 실수사관 1인당 사건 접수 건수가 이미 지난해 133.8건으로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올 하반기 기동대를 포함해 현원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2100명을 추가로 수사관으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28일 “행정안전부와 인력에 대해서도 계속 협의중”이라며 “검찰에서도 (법 시행 후 기존 사건 수사가 가능한 90일간) 최대한 정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정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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