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명 이용한 사업 전국으로 확대 신청 부담 낮춰 2만원 상당 물품 제공 상담 거쳐 긴급복지 등 지원 이어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7월 20일 열린 ‘그냥드림-상공회의소 협업 행사’에 참석해 취약계층에 전달할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어쨌든 먹는 것 가지고 서럽지는 말자, 그런 취지입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냥드림 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짚었다. 생계가 어려운 국민에게 먹거리·생필품을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위기 가구 발굴·상담 및 서비스를 연계하는 사업이다.
이 대통령이 2020~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배고픔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일(장발장형 범죄)은 없어야 한다”며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게 중앙정부 사업으로 진화했다. 지난해 12월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5월 정식 사업으로 전환했다. 9월 중 전국 시·군·구로 확대한다.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55개 시·군·구가 새로 들어온다. 경북 울릉군도 이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배고파서 계란 한 판 훔쳤다가 징역 1년 받았다, 이런 것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결국 시스템의 부재 아니냐. 그거 얼마 된다고. 그 사람, 계란 한 판 훔치다 감옥에서 징역 살리고. 이 비용이 얼마나 많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 “그냥드림 사업 같은 것들 굉장히 중요해 보이고, 이것의 접근성이나 이런 걸 어떻게 향상을 시킬 건지, 또 그냥드림의 영역도 좀 더 좀 넓혀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냥드림 사업은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확대돼 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월 초 기준 약 21만명이 이용했다. 그냥드림 센터에 가면 1인당 3~5개 품목의 기본 먹거리와 생필품이 제공된다(2만원 상당). 푸드마켓·뱅크, 행정복지센터 등에 이 코너가 설치돼 있다.
정 장관(오른쪽)이 푸드뱅크마켓센터 그냥드림 사업장을 점검하는 모습.
처음 가면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와 자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후 물품을 받는다. 두 번째 방문부터 이 사업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현장 인력의 상담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필요할 경우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나 지역의 복지 자원과 연계된다. 이를 통해 위기 가구를 발굴한다. 3차 이용 때 찾아가는 보건복지팀과 추가로 상담해서 지속 지원 필요성이 있으면 계속 지원을 받게 된다.
이 사업의 다른 장점은 주변의 시선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복지 서비스와 달리 이런저런 서류를 준비해서 신청하는 부담도 훨씬 적다.
다음은 대표적인 사례.
30대 청년 A씨는 먹거리를 받아간 지 얼마 안 돼 다시 그냥드림 사업장을 찾았다.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고 생계 곤란이 극심하다. 그러나 주민등록에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으로 돼 있어 차상위계층으로 분류됐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냥드림 센터 상담에서 달라졌다. 지자체가 기초생활 수급자로 신청해줬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푸드마켓으로 연계해준 덕분에 복지 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이 센터 이용자 21만명 중 4만4712명이 복지 상담을 받았고, 4437명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가 되거나 긴급복지 지원 등으로 연결됐다. 복지 상담을 거쳐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으로 의뢰되는 비율이 시범사업(지난해 12월~올 5월 17일)에서 46.4%에 불과했으나 정식 사업에서는 54.8%로 증가했다. 이 중 실제 복지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진 연계율도 15.2%에서 25.1%로 올랐다.
이 사업은 읍면동 복지 연계형(전남 신안군의 그냥드림카), 지역 자원 연계형(충남 논산시 온동네 배달), 공공기관 협력형(경기 부천시 집으로 그냥드림) 등 세 가지 표준 모델이 있다.
민간의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2025~2027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롯데지주·한국청과주식회사 등 기업, 전국 상공회의소가 힘을 보태 민간 후원 누적금이 135억원으로 늘었다.
그냥드림 코너 정보는 포털 사이트에 ‘그냥드림’을 검색하거나 보건복지부 및 전국 푸드뱅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0개월 간 그냥드림은 배고픔 앞에 어떤 증빙도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문턱을 낮춰왔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고 신속히 지원할 수 있게 지방정부·민간과 함께 촘촘한 지원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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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드림, 묻지 않는 복지의 문을 열다
기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양반은 얼어 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라는 말이 있다. 체면 때문에 도움도 마다한다는 뜻이다. 웃어넘길 옛말 같지만, 복지 현장에서는 요즈음에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손을 내밀기 어렵다. 자신의 형편을 남에게 설명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고, 어디에 물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기도 한다. 주변에서도 그 어려움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도 정작 필요한 사람과 제도가 제때 만나지 못하면 복지는 온전히 닿기 어렵다.
찾아내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행정은 주소를 토대로 움직인다. 주소지와 거주지가 다른 사람은 서류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모텔이나 고시원, 지인의 집에 머무는 이들이 그렇다. 주거가 불안정해 어느 자료에도 찾기 어려운 국민도 있다. 이들은 지원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그냥드림’은 이런 이웃을 만나기 위한 창구다. ‘그냥드림’은 상황을 묻기 전에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건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어디에 사는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 1인당 2만원 남짓의 먹거리와 생필품이 큰 금액은 아니지만, 당장 오늘 저녁을 걱정하던 사람에게는 작지 않은 보탬이 된다. 지원이 먼저이고, 절차는 그다음이다.
열 달이 지났다. 26만 명이 넘는 분들이 그냥드림 코너를 찾았고, 그중 5만6000여 명이 그 자리에서 복지 상담을 받았다. 상담은 다시 기초생활보장과 긴급복지 등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졌다. 먹거리를 받으러 왔다가 살아온 이야기를 꺼내 놓고, 그 이야기가 필요한 도움으로 연결됐다. 서류가 아니라, 문 앞에서 만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는 정부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경찰관은 순찰 중 어려움에 놓인 주민을 만나면 가까운 그냥드림 코너를 안내한다. 경기 부천시에서는 집배원이 우편물과 함께 물품을 전한다. 전남 신안군에서는 복지 담당자가 차량으로 섬마을을 찾아가고, 충남 논산시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이웃을 직접 찾아간다. 위기에 놓인 이웃을 찾는 일이 더는 복지 공무원만의 몫이 아니게 됐다.
기업과 시민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뜻을 함께한 기업들이 후원에 나섰고, 이웃들은 물품을 보태고 있다.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9월에는 그냥드림 코너가 전국 230개 모든 시군구로 확대된다. 울릉군에도 생긴다. 어디에 살든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복지의 문 하나를 더 여는 셈이다.
누구도 자신의 어려움을 증명하며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증명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지원해주는 것, 찾아오기 전에 먼저 찾아가는 것. ‘목숨을 살리는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그냥드림 외에도 여러 통로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한 분이라도 더 빨리 찾아내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겠다. 동시에 지역사회와 기업, 시민이 함께 손을 내밀 수 있는 연결망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가겠다. ‘묻지 않는 복지의 문’이 전국에 놓이는 날, 낮아진 문턱만큼 더 많은 이웃이 안심하고 그 문으로 들어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