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올가을부터 아이비리그 유펜이 고급 수학 과목을 신청하는 학생들의 선수과목(prerequisite) 이수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강의 카탈로그에 선수과목을 명시해 두고 학생의 판단에 맡겨 왔지만, 이제는 미적분과 대수 관련 6개 과목에 대해 학교가 직접 검증에 나선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해당 과목을 직접 이수했거나, AP 학점을 인정받았거나, 오리엔테이션 기간이나 학기 초에 치러지는 학점 인정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이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 채 수강 신청을 하면 화면에 등록 문제 표시가 뜬다.
언뜻 사소한 행정 변화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대학가의 뿌리 깊은 고민이 있다. 학생들의 수학 기초학력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UC 샌디에이고의 한 보고서는 신입생 중 중학교 수준의 수학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비율이 최근 5년 새 30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혀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UC 내 수백 명의 수학 교수들이 대입 과정에서 SAT·ACT 같은 표준시험을 다시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학습 공백, 잦은 결석, SNS, 그리고 이제는 AI 사용 확대까지 겹치며 원인은 갈수록 복합적으로 얽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고교에서 미적분을 배웠다고 해서 대학에서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학생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매칼리스터 칼리지 명예교수이자 전 미국수학협회 회장인 데이비드 브레소드의 연구에 따르면 고교 미적분 이수자 중 대학에서 곧장 미적분2로 진입하는 비율은 다섯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배운 내용을 대학에서 다시 듣거나, 낮은 수준의 과목을 택하거나, 아예 미적분이 필요 없는 비즈니스 수학 같은 과목으로 우회한다.
저스트 이퀘이션스의 파멜라 버드먼 대표는 이런 흐름 속에서도 최근 대학들이 과거의 보충교육식 선수과목보다 대학 수준 과목을 들으며 별도 지원을 받는 코리퀴짓 방식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을 실력보다 낮은 단계에 가둬 두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시도다.
문제는 이런 선수요건 강화가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버드먼은 흑인·라티노 학생들이 애초에 고교에서 미적분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다는 점을 지적한다. 입학 경쟁이 높은 대학일수록 STEM 지원자에게 고교 미적분 이수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 격차는 대입 문턱에서 고스란히 재현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대학들은 학생들이 미적분에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프리캘큘러스 과정을 확대하는 등 보완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결국 유펜의 이번 조치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대학 수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것은 엄격한 관문인가, 아니면 누구에게나 열린 사다리인가. 기초학력 저하를 막는 문턱과 그 문턱 때문에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배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이야말로 앞으로 고등교육이 풀어야 할 진짜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