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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이슬람·기독교 '한 지붕 세 종교'

Los Angeles

2026.09.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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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공존 구상 '오마하 종교공동체' 창립 20년
'관계는 끊지 않는다' 철학으로 가자전쟁 이겨내
911 발생 이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대교 회당과 이슬람 사원, 기독교 교회가 함께 종교 생활을 시작한 '트라이페이스 이니셔티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2016년 플로리다에서 911 추모 행사를 여는 여러 종교 단체들.

911 발생 이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대교 회당과 이슬람 사원, 기독교 교회가 함께 종교 생활을 시작한 '트라이페이스 이니셔티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2016년 플로리다에서 911 추모 행사를 여는 여러 종교 단체들.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대교 회당과 이슬람 사원, 기독교 교회가 한 곳에 자리 잡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트라이페이스 이니셔티브(Tri-Faith Initiative)'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트라이페이스 이니셔티브는 38에이커 부지에 유대교의 '템플 이스라엘'과 이슬람의 '아메리칸 무슬림 인스티튜트', 연합그리스도교회 소속 '컨트리사이드 커뮤니티 교회', 종교 간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트라이페이스 센터'가 함께 자리잡고 있다.
 
트라이페이스 이니셔티브의 출발점은 2001년 9·11 테러였다.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급증하자 지역 유대교 회당 신자들이 모스크 밖에서 경비를 서며 무슬림 이웃들을 보호했다. 이 일을 계기로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만나던 유대교·이슬람·기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 대화를 넘어 같은 공간에서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보자는 구상이 구체화됐다.
 
템플 이스라엘의 밥 프리먼 공동창립자는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기 시작했고 서로 좋아하게 됐으며 함께 어울리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세 종교기관의 관계를 규정한 양해각서도 작성했다. 각 종교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서로를 개종시키지 않으며 주차장과 야외 공간 등을 공유하면서 협력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2006년 공식 출범한 트라이페이스 이니셔티브는 2011년 지금의 부지를 구입했다. 이후 각 종교 공동체가 별도로 수백만 달러를 모금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차례로 건물을 세웠다.
 
세 종교기관 성직자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경전을 함께 공부하고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종교와 문화를 배웠다. 아메리칸 무슬림 인스티튜트의 카림 카야티 공동창립자 겸 이사회 의장은 이런 만남이 다른 종교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공동체의 최대 시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뒤이은 가자전쟁이었다. 유대인과 무슬림 구성원 모두가 큰 고통을 겪으면서 대화조차 어려운 시기가 찾아왔다. 종교 간 프로그램의 참가자도 줄었다. 그러나 공동체는 갈등을 없애거나 정치적 견해를 일치시키려는 노력 대신 관계를 끊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템플 이스라엘의 벤저민 샤프 선임 랍비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옳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대화해서는 안 된다"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신성한 불일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쟁 한 달 뒤에는 공동체 내 원형 목조 다리인 '아브라함의 다리'에서 침묵의 촛불 집회가 열렸다. 서로에게 무슨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세 종교 공동체 구성원들은 촛불을 들고 함께 걸으며 연대를 표시했다.
 
컨트리사이드 커뮤니티 교회의 제니 슐츠-토머스 선임목사는 "모든 것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며 "함께 웃고 대화하고 의견이 달라도 공동체 안에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메리칸 무슬림 인스티튜트의 카야티 이사회 의장도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실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종교 간 협력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슐츠-토머스 선임목사는 매년 7월 안식월을 갖는데 최근 두 차례는 교회 강단을 샤프 선임 랍비와 아메리칸 무슬림 인스티튜트의 이브라힘 아슈르 이맘에게 각각 한 차례씩 맡겼다. 서로의 종교시설을 방문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다른 종교 공동체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연락해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달한다.
 
공동체의 협력은 텃밭에서도 이어진다. 공동체의 '유니티 가든'과 '호프 오처드'에서는 세 종교 공동체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농작물을 재배한다. 올해는 3500파운드의 농산물을 생산해 지역 푸드팬트리와 비영리단체에 전달했다. 어린이와 노인, 인근 주민, 과거 수감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함께 농사를 짓는다. 인근 미들랜드 대학교는 학생들을 데려와 종교와 윤리를 실제 지역사회 봉사와 연결하는 교육을 하기도 했다.
 
종교 간 공동체는 다른 나라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 베른에서는 2014년 '하우스 오브 릴리전스'가 문을 열었고 아랍에미리트에서는 2023년 '아브라하믹 패밀리 하우스'가 개관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하우스 오브 원'이 세워지고 있다.
 
트라이페이스 이니셔티브는 20주년을 계기로 종교 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종교 경전을 함께 읽는 워크숍과 주민과 대화 프로그램,
 
종교적 형평성을 주제로 한 강좌 등을 이어간다. 트라이페이스 이니셔티브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아브라함의 다리'로도 제작돼 전국에서 상영되고 있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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