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J. 슈메이커(47)는 지난 19일 뉴욕주 브룩빌의 틸스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서품·축성식을 통해 성공회 롱아일랜드 교구의 제9대 주교로 공식 취임했다. 동료 성직자들은 그의 주교 취임을 교회 내 오랜 유리천장을 깨뜨린 사건으로 평가한다.
슈메이커 주교는 이날 터키식 푸른 튤립과 북아프리카 문양이 들어간 제의를 입고 가족과 성직자, 평신도들을 맞았다. 서품·축성식에는 약 2000명이 참석했으며, 행사가 끝난 뒤 그를 만나기 위한 줄은 90분 넘게 이어졌다.
롱아일랜드 교구에는 브루클린과 퀸스가 포함돼 있으며 미국 성공회에서도 인종·민족적 다양성이 특히 큰 지역으로 꼽힌다.
슈메이커 주교는 롱아일랜드 교구에서 세례를 받았고 라틴아메리카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아버지는 무슬림 이집트인, 어머니는 유대계 뿌리를 가진 뉴요커였다. 여기에 자신은 성공회 성직자가 됐다는 점에서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이라는 세 아브라함계 종교의 배경이 한 가족 안에 겹쳐 있다.
슈메이커 주교가 자신의 혈통과 정체성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부모는 그가 어린 시절 헤어졌고 아버지는 이집트로 돌아갔다. 이후 아버지가 사업차 뉴욕을 방문할 때 간헐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는 국무부의 조언에 따라 어린 슈메이커가 아버지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집트를 방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재혼한 뒤 아랍계와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그는 아랍계 혈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내면화했다.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는 이집트에 있는 아버지와도 관계가 끊어졌다.
그러나 대학 졸업반 때 발생한 9?11 테러는 자신의 정체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서남아시아계와 북아프리카계, 무슬림을 향한 인종차별과 적대감이 급속히 확산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다.
20대 중반에는 이집트에 있는 아버지와도 화해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이집트를 방문할 때까지도 이집트의 무슬림 친척들이 절반은 미국인 혈통인 데다 기독교 사제가 된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일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모 한 명이 처음 그를 보는 순간 눈물을 흘리며 곧바로 다가와 껴안았다. 슈메이커 주교는 당시의 포옹을 "아주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것을 마침내 찾았을 때 껴안는 방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의 반응도 강렬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룩소르 곳곳을 다니며 경적을 울렸고 이웃들에게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아들이 돌아왔다고 외쳤다.
슈메이커 주교에게 이 경험은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다시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는 "내가 평생 걸어온 여정은 내 존재의 서로 다른 부분들, 특히 아랍계 정체성과 화해하는 과정이었다"며 "그 과정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내가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더 온전한 사람이 되도록 도왔고 내가 부름받았다고 믿는 사제가 되도록, 그리고 주교가 되도록 도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