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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막아 주는 물, 봉수

Los Angeles

2026.09.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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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아침에 일어나 맡는 익숙한 냄새는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침실에 고여 있는 이불 냄새, 어젯밤 씻고 올려놓은 비누 냄새, 아침을 흔들어 깨우는 거실의 커피 향기까지 모두 어서 일어나라며 잔소리를 보탠다.
 
하지만 우리 집 냄새가 이것들만은 아니다. 화장실에 문제가 생겨야 비로소 알게 되는 지독한 악취도 실은 우리 집 냄새다. 그런데 평소에는 왜 이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일까?
 
예로부터 하수도는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와 함께 발전했다. 로마 시대의 유적에도 공중화장실까지 연결된 하수도가 있다. 그러나 대리석으로 만든 화장실도 악취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악취와의 전쟁을 바꾼 것은 오늘날 흔히 보는 트랩이다. S자나 U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이 관은 단순해 보이지만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굽은 곳에 물 한 컵 정도를 가두어 아래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막는다. 이 물을 봉수(封水)라고 부른다. 1775년 영국에서 특허를 받은 이 원리는 지금도 그대로 쓰인다. 우리가 향기 속에 사는 것은 악취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막아 주는 물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힘없고 낙심한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물 한 컵이, 위로의 말 한마디가, 미소 지으며 잡아 주는 손 하나가 지독한 절망을 막아 주지 않는가. 오해가 생긴 자리에서 풍기는 악취를 막는 것도 그 위에 부어 주는 한 잔의 인내요, 사랑이다.
 
이런 봉수에도 위기는 있다. 트랩에 물을 계속 흘려보내지 않으면 봉수가 말라 버리고, 곧 지독한 냄새가 올라온다. 사랑과 은혜도 그렇다. 은혜는 늘 사모해야 하고, 사랑은 날마다 나누어야 한다.
 
반대로 물을 한꺼번에 쏟아부으면 그 기세에 봉수까지 딸려 나간다. 한 번 큰 은혜를 누렸다고 콧대가 높아지면 우리의 봉수도 그렇게 사라질 수 있다. 낮은 곳에 고인 봉수가 집을 지킨다. 겸손하고 또 겸손할 일이다.
 
주택이나 아파트 지붕을 보면 위로 솟은 파이프가 있다. 하늘로 낸 통기관이다. 이 통기관이 없으면 배관 안의 공기 압력 때문에 봉수가 빨려 나가거나 위로 솟구쳐, 악취와 가스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가장 높은 곳의 관이 가장 낮은 곳의 물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다. 하늘을 향해 마음을 열고 하나님을 구하지 않으면 내가 가진 봉수는 말라 버리거나 빠져나가고 만다.
 
봉수는 악취를 막고, 그 봉수는 하늘 아버지가 돌보신다. 미움과 다툼, 오해와 실망에 시달리는 이 시대에, 오늘 당신이 누군가의 물 한 컵이 되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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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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