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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이야기] 초가을 산골의 이색 풍경

Los Angeles

2026.09.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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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언론인

김용현 언론인

산골 한 복판에 별난 잔디밭이 있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낮게 파인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데 그것은 보통 잔디밭이 아니라 여름철 수해 방지를 위해 설계된 저류지(Detention Basin)라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평상시에는 마른 잔디밭이지만 폭우가 쏟아질 경우 아래 동네에 홍수가 나지 않도록 사방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아 두는 빗물 저장소라고 하니 그 낮은 잔디밭에 섬김의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이 시설은 빗물을 일시 저장했다 잔디와 흙 속으로 스며들게 하고 배수관을 통해 서서히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홍수 예방과 주변 생태계 보호의 다목적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아파트 주변에 크고 작은 습지를 만들어 빗물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가라앉힌 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으며, 각종 곤충과 개구리, 새 등의 먹이와 은신처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아침 산책길에는 각종 새소리가, 저녁에는 다양한 풀벌레 소리가 호수의 분수 소리와 화음을 만들며 마치 동네합주단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아파트를 조금 벗어나 숲길로 들어가면 세계적 규모의 국립 야생동물구역과 환경 교육센터가 있어 이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민생은 외면한 채 독선과 오만의 정치에 몰두하는 리더십에 걱정들이 크지만 지구를 살리고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려는 집단지성의 힘도 절대 적지 않다는 것에 희망을 놓지 않는다. 엄청난 수마가 네팔을 휩쓸고 지나가는 동안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 등에서는 두 달 이상이나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인간의 허망한 꿈이 깨어졌고, 기후재앙이 위기에 이르렀다는 증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의 빙하가 녹아 바다의 수면은 올라가고 무더운 날씨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인간은 자연을 사랑하느니, 자연은 인간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느니 하는 것은 헛된 수사일 뿐이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물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물질주의를 경고한 북미 원주민 크리족의 예언대로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인간은 각성해야 한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지기 전에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9월 하순, 아직 뉴저지의 산과 도로변은 초록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기온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골짜기나 개울 근처에는 초록색 사이로 노란색과 주황색 잎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연못 위로는 아예 옅은 단풍의 그림자가 비친다. 텃밭에서는 가을 햇볕에 아삭이고추와 청양고추가 마냥 빨간색을 뽐내고 있다. 며칠 안으로 토마토와 호박 줄기를 뽑아내고 여름 설거지를 마친 뒤에는 가까이에 온 단풍 마중을 나가려고 한다.
 
산골에서는 자연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사이도 더 가까워지기 마련인가 보다. 다인종이 어울려 먼 곳으로  뮤지컬을 보러 가는 등 아파트에서 주최하는 이벤트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열 집 남짓한 한인 가족끼리는 아침저녁으가 안부를 전하며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정겹다. 자연과 인간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평화로운 공간에 들어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운 장소에서 사랑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기쁨을 전하며 살고 싶다.
 
가을비가 자주 내린다. 산골에 자동차 소리는 들리지 않는 대신 뉴욕으로 오가는 기차 소리가 가끔 정적을 깬다. ‘닫힌 사립에 꽃잎이 떨리노니/구름에 싸인 집이/ 물소리도 스미노라/…아스럼 흔들리는 소소리 바람….’ 감히 조지훈 선생의 ‘산방’을 떠올려 본다.
 
내일은 저잣거리에 내려갔다 올 참이다. 산동네에도 웬만한 음식점과 편의시설은 다 있지만 관공서나 큰 마켓을 가자면 한참을 내려가 산 밑의 큰 동네로 가야 한다. 옛날 시골에서 이일 저일 몰아 뒀다 읍내 5일장에 다녀오던 기억이 난다. 

김용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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