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1심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존치와 철거를 각각 요구하며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29일 오전 11시 동대구역 박정희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를 무시하고 무단설치한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며 “사법부는 역사 앞에 정의롭게 판결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구시가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을 친일반민족행위자이자 독재자인 박정희광장으로 명명하고 표지판과 동상을 세운 것은 행정의 독단”이라며 “지명 변경과 표지판 설치는 관련 법률에 따라 지명위원회 심의와 국토교통부 고시를 거쳐야 하는데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대 범죄자의 공적 기념을 정당화 하면 안된다”며 사법부에 철거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당직자와 지방의원, 당원 등이 2024년 12월 23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광장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 주도로 설치된 '박정희 동상' 철거와 홍 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동대구역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기간인 2024년 12월 예산 6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을 기리는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됐다. 하지만 설치 당시부터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잇따랐다. 박정희 동상 제막식 날에는 찬반을 주장하는 집회가 함께 열려 아수라장이 되면서 동대구역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국가철도공단이 동상 설치 불법 여부를 가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구조물 인도) 청구 소송’으로,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가 동상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광장 소유권이 있는 공단에 사전 검토와 승인을 받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오는 10월 1일 선고된다.
지난 27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동상 철거 소송 취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선고를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의 존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서명운동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형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설립 추진단장과 정상환 변호사는 지난 28일 대구지법을 찾아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한 시민 3만 602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8월 31일부터 약 1달간 박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김 단장은 “만약 국가철도공단의 지적처럼 절차상 문제가 있다 해도, 이는 공단과 대구시 간의 행정적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며 “법적 소송을 통해 동상이 철거될 경우 굉장히 소모적인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벌어질 텐데, 이를 법원이 감안해서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는 시민들의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기존에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됐던 구조물들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가 유독 박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시민 정서가 함께 걸린 사안인 만큼,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동상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