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 다국적 민간 기업이 150억 달러(약 20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제철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경합주였던 아이오와는 최근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우세를 보여온 지역이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며 의회 권력을 가를 승부처 중 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이오와주에 150억 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인도 대기업 에사르 그룹의 계열사인 메사비 메탈릭스가 아이오와에 제철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 공장은 전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최고 품질이면서 가장 경제적인 철강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엄청난 투자”이며 “바로 이곳 미국에서 채굴하고, 제련하고, 제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공장이 건설 일자리 약 6000개를 창출하고, 미국 경제에 950억 달러를 더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아이오와 제철소를 통해 정규직 일자리 최소 1750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1단계 건설 과정에서만 건설 일자리 최대 6000개가 확보될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메사비 메탈릭스는 최근 미네소타주에 50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철광석 광산을 개장했고, 자사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을 제철소에서 사용할 계획이다. 최초의 철강 생산은 2030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1단계에서는 연간 750만t의 철강을 생산하며, 향후 증설을 통해 1000만t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게 백악관의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최근 공화당 내에서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원과 하원 모두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2024년 대선 당시 아이오와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게 13.2%포인트 앞서며 손쉽게 승리했지만, 최근 추세는 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오와는 최근 공화당 지지세가 이탈하고 있는 주 중 하나”라며 “현재 공화당이 현역으로 있는 상원 1석과 하원 2개 지역구를 포함해 여러 선거구에서 초접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공화당은 의회 장악력을 위협받는 극도로 불리한 정치적 기류에 직면했다”며 “이날 발표 이면에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도 아이오와의 연방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인 애슐리 힌슨 하원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매리어넷 밀러믹스 연방 하원의원이 함께 했다. 밀러믹스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지역구인 리 카운티에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행사에서 아이오와에서 공화당이 뒤처지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론조사는 가짜”라고 반박했다. 힌슨을 소개하며 “상원의원으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하고, 곧 아이오와에 유세하러 가겠다고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150억 달러 규모의 철강 프로젝트는 유권자들을 설득하려는 트럼프가 대표적 투자 성과로 내세울 만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발표는 미국 내 수입품에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도 제조업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백악관의 압박 속에서 나온 조치이기도 하다”고 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선거를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내놓은 투자 성과가 철강 분야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철강은 트럼프가 무역 정책의 기반으로 삼아온 관세 조치의 핵심 분야이기 때문이다. 1기 때 대부분의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는 2기 들어서는 이를 대부분 50%까지 인상했다.
이란전 여파로 인한 고유가에, 관세가 미국 내 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비판도 더해지면서 민주당이 정부의 경제적 실책을 부각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철강 산업 대규모 투자라는 정면 승부를 택한 셈이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미국 산업을 재건하고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며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도 이날 대규모 투자 유치는 관세 덕분에 가능했다는 논리를 폈다. “취임 직후 모든 외국산 철강에 강력한 50% 관세를 부과했고, 이제 우리의 철강 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관세를 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이곳에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다. 발표에 함께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관세가 없었다면 (메사비 메탈릭스가 미네소타에 개장한)이 광산은 건설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관세 덕에 우리는 수천억 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공화당이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지키면 성인 모두에게 5000달러씩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또 했다.
트럼프는 치솟는 경유 가격을 잡기 위해 경유 수출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7일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 현장에서 폭스뉴스 기자에게 경유 수출 금지를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그렇게 하면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이 조금 오를 수 있다. 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8일 미국의 경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6.45달러로, 지난 22일 기록한 최고치(6.53달러)보다는 소폭 내렸지만, 1년 전(3.69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없지만, 트럼프가 경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는 유가 상승이 선거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자 공화당 내부에서도 경유 수출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경유 수출 금지의 대안으로 면세 용도를 식별하기 위해 붉은색으로 염색한 경유(면세유)의 판매 범위를 넓히는 규제 완화책을 검토 중이라고도 보도했다. 해당 조치가 시행되면 판매 확대 대상에 해당하는 구매자는 연방 경유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