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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김주형의 브로맨스…패배에도 빛난 한국의 ‘몰리우드’

중앙일보

2026.09.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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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과 김시우가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포볼 경기 16번 홀 그린에서 나란히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두 선수는 이 홀을 따내 리드를 잡았고, 17번 홀까지 이겨 1홀 남기고 2홀 차로 승리했다. 이 장면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쓰인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김주형과 김시우가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포볼 경기 16번 홀 그린에서 나란히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두 선수는 이 홀을 따내 리드를 잡았고, 17번 홀까지 이겨 1홀 남기고 2홀 차로 승리했다. 이 장면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쓰인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2026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은 마지막 날 미국에 역전패해 우승컵을 내줬다. 그래도 대회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김주형-김시우 듀오였다.

두 선수는 대회 전부터 인터내셔널팀의 ‘필승조’로 꼽혔다. 예상대로 팀 매치 네 경기를 모두 함께 뛰었다. 첫 이틀은 세션의 마지막 경기, 이른바 ‘앵커’로 나섰다. 팀 대항전에서 앵커는 세션 전체의 흐름과 기싸움을 결정하는 가장 무거운 자리다. 두 선수는 흔들림 없이 뒤를 지키며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출발부터 압도적이었다. 미국은 첫날 포볼에서 이들을 겨냥해 크리스 고터럽-패트릭 캔틀레이 조를 내세웠다. 김시우-김주형 조는 2홀을 남기고 3홀 차로 완승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둘째 날 포섬(공 하나를 번갈아 치는 방식)에서도 앵커로 나서 미국의 캔틀레이-잰더 쇼플리 조를 15번 홀 만에 4홀 차로 꺾었다.
김주형과 김시우가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포볼 경기 8번 홀 그린에서 함께 퍼트 라인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주형과 김시우가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포볼 경기 8번 홀 그린에서 함께 퍼트 라인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셋째 날 오전 포볼에서는 끈질긴 투지가 빛났다. 콜린 모리카와-윈덤 클라크 조에 초반 끌려갔지만, 11번 홀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16번과 17번 홀을 연달아 따내 1홀을 남기고 2홀 차로 역전승했다. 그러나 오후 포섬에서는 캔틀레이-쇼플리 조에 1홀 남기고 2홀 차로 져 첫 패배를 안았다. 사흘 동안 한 경기도 쉬지 않고 네 경기를 뛴 피로가 막판에 발목을 잡았다.

두 선수의 활약은 라이더컵 역사상 최고의 듀오로 꼽히는 유럽의 ‘몰리우드’를 떠올리게 한다. 몰리우드는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와 토미 플리트우드의 이름을 합친 별명이다. 2018년 파리 라이더컵에서 네 경기를 모두 이기며 유럽 우승을 이끌었다.

김시우-김주형 조도 3승 1패를 거두며 코스 안팎에서 서로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 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밀리던 인터내셔널팀이 싱글 매치 전까지 리드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두 선수 덕이었다.

토미 플리트우드(오른쪽)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2018년 프랑스 파리 인근 르골프 나시오날에서 열린 라이더컵 사흘째 포섬 경기에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두 선수의 이름을 합친 ‘몰리우드’는 이 대회 포볼과 포섬 네 경기를 모두 이겨 유럽의 우승을 이끌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미 플리트우드(오른쪽)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2018년 프랑스 파리 인근 르골프 나시오날에서 열린 라이더컵 사흘째 포섬 경기에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두 선수의 이름을 합친 ‘몰리우드’는 이 대회 포볼과 포섬 네 경기를 모두 이겨 유럽의 우승을 이끌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두 선수의 호흡을 보여 주는 장면이 하나 더 있다. 둘은 평소 쓰는 공이 다르다. 포섬에서는 한 공을 번갈아 치기 때문에, 선수마다 선호하는 스핀양과 타구감이 다르면 호흡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김시우가 한발 물러섰다. 김주형이 쓰는 타이틀리스트 공으로 바꿔 경기에 나섰다.

스타성도 대회를 뜨겁게 달궜다. 친근한 외모와 갤러리의 환호를 끌어내는 재치 있는 세리머니로 단숨에 시선을 모았다. 중요한 퍼트를 넣은 뒤 두 선수가 동시에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쉿’ 하는 제스처를 한 장면은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남았다. 미국 매체들도 이들을 “대회에서 가장 호감 가는 선수들”로 꼽았다.

김주형은 아시안게임 출전 일정 때문에 최종일 싱글 매치에 일찍 출발했다. 윈덤 클라크를 상대로 16번 홀에서 3홀 차 승리를 확정한 그는,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으로 향해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시우는 싱글 매치 9번째 경기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김주형이 골프장을 떠난 직후부터 밀리기 시작해 역전패를 당했다. 기자실에서는 “짝꿍이 없으니까 밀리는 것 같다”는 농담 섞인 탄식이 나왔다.

양 팀을 통틀어 최다인 승점 4를 따낸 김주형은 “형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위기에 빠지면 형이 구해 주고, 형이 어려울 때는 내가 나서며 서로를 지켰다”고 말했다. 김시우도 “미국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필요했다. 주형이가 늘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 덕분에 최고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시카고=성호준 골프전문기자
김시우와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출전 선수 단체 사진 촬영장에서 함께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시우와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출전 선수 단체 사진 촬영장에서 함께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시우와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볼 경기를 앞두고 1번 홀 티잉구역에서 함께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시우와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볼 경기를 앞두고 1번 홀 티잉구역에서 함께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시우(왼쪽)와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포볼 경기 17번 홀 그린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미소를 지으며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시우(왼쪽)와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포볼 경기 17번 홀 그린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미소를 지으며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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