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동아리서 맺은 인연이 ‘정보카르텔’로…금융엘리트들 200억 챙겼다
중앙일보
2026.09.28 20:09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인연을 맺은 이른바 ‘금융엘리트’들이 미공개 인수·합병(M&A)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2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29일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사 관계자 등의 자택과 사무실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핵심 혐의자들은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함께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사이였다.
이후 이들은 각자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사 등으로 자리를 옮겨 공개매수를 비롯한 M&A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당국은 이들이 최근 약 5년간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여러 종목의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서로 반복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유된 정보는 핵심 혐의자들 사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가족과 지인에게도 미공개정보를 전달해 주식 매매에 활용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기 전 해당 종목을 미리 사들인 뒤, 공시 등으로 주가가 오르면 높은 가격에 처분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부당이득 규모는 200억원이 넘는다.
핵심 혐의자 미공개정보 이용 흐름도. 금융위원회 제공
당국은 특히 엄격한 비밀유지 의무를 지닌 M&A 전문인력들이 정보의 출처였고,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 안에서 미공개정보 공유가 수년간 반복됐다는 점에서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혐의자들이 부당이득을 빼돌리거나 숨기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증권계좌를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급정지 조치했다. 사실상 관련 재산 동결에 나선 것이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임의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증거를 분석한 뒤 추가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고발과 함께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후속 조치도 추진한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과 거래소가 최근 수년간 시장감시 과정에서 포착한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가운데 동일한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연루된 정황을 합쳐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합동대응단은 지난 5월부터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수사를 이어왔다.
합동대응단은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자본시장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는 점을 확인시킨 사건”이라고 밝혔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