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능력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고도 ‘영어학습자(English Language Learner·ELL)’로 분류되던 한인을 포함한 이민자 가정 학생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가주 지역 공립학교 내에서 영어 실력을 입증한 뒤에도 이민자 가정 출신이거나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 평가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재분류 기준이 대폭 간소화되기 때문이다.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는 지난 27일 영어학습자 재분류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AB 2555)에 서명했다. 주정부가 정한 영어능력평가(ELPAC)에서 최고 수준인 4등급을 받으면 별도의 추가 요건 없이 ‘영어 능숙자’로 재분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가주 공립학교 킨더가튼부터 12학년까지 ELL 학생은 약 100만 명으로, 전체 학생 6명 중 1명꼴이다.
본지가 가주 교육부의 최신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5~2026학년도 ELL로 분류된 한인 학생은 4816명이다. 이는 아시아계 가운데 중국인(만다린어·광둥어 포함 3만2761명), 베트남인(1만6584명), 필리핀인(5043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그동안 가주에서는 가정 내 사용 언어가 영어가 아닌 학생이 공립학교 입학 시 ELL로 지정되면 매년 ELPAC 시험을 치러야 했다. 특히 시험에서 기준 점수를 받더라도 곧바로 영어 능숙자로 재분류되지 않았다. 교사 평가와 학부모 협의, 교육구별 기초학력 평가 등 복잡한 추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다.
이로 인해 재분류가 지연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최근 오리건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2022~2024년 ELPAC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학생 약 3만7000명이 이듬해에도 ELL 신분으로 남아 있었다. 이들이 재분류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20일 이상이었다. ELL 지정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학생들은 별도의 영어 교육 과정을 계속 이수해야 해 일반 교과목이나 선택과목 수강에 제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새 기준이 시행되면 ELPAC에서 4등급을 받은 학생은 교사 평가나 교육구별 추가 시험을 거치지 않고 즉시 영어 능숙자로 재분류된다. 재분류 이후에는 4년간 학업 진척 상황을 추적 관찰하며, 영어 능력 부족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학부모 대상 안내도 대폭 강화된다. 학교 측은 자녀의 ELL 분류 사실과 매년 실시되는 영어능력평가, 재분류 절차 등을 학부모나 보호자에게 명확하게 통지해야 한다.
개정된 재분류 기준은 2027년 7월 1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단, 2025~2026학년도에 이미 ELPAC 기준 점수를 충족한 학생에게도 동일하게 새 규정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