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오른쪽 둘째)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래대응기금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29일 미래 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늘어난 세수가 지방재정 회복에도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이날 오전 연 당정협의에서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지방교부세가 연이어 줄어들었다”며 “이제 세수가 회복되는 만큼 그 회복의 몫이 지방에도 돌아와 비어 있는 곳간을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교부세율은 2006년 이후 20년째 그대로”라며 “정부 국정과제인 재정분권의 방향에 맞춰 교부세율 조정도 함께 논의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세수 결손 때는 줄어든 교부세에 맞춰 살림을 꾸렸는데, 세수가 늘어나는 국면에서도 증가분 일부가 기금으로 빠지면 지방재정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당 지도부도 지방의 우려를 의식하고 기금 조성 과정에서 지방재정 부담을 덜어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민석 대표는 “국세 수입 증가분 전체가 미래대응기금에 적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금 신설과 관련해서 지방 세수가 부족하거나, 또는 지방재정의 자율성이 악화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청년ㆍ성장동력ㆍ지방ㆍ교육ㆍ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고 세수 변동에도 대비하기 위한 기금이다. 내년 내국세 세입예산 가운데 최근 10년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는 162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초과세수 50조원 이상이 더해지면 기금 재원이 2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방재정 보완책의 실효성에 대한 광역단체장들의 불만이 직접적으로 표출됐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미래대응기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수 결손으로 어려워진 지방재정에 이번에 더 걷힌 세금이 도움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주로 나왔다”며 “당장 내년 재정 부족에 대응하도록 기금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한다는 국정과제의 목표를 이행할 로드맵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미래대응기금으로 재원을 많이 떼어놓으면 지난 정부 때 세수 결손으로 생긴 지방재정의 빈틈은 어떻게 채우느냐는 볼멘소리가 많았다”며 “기획예산처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얘기한 단체장이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지역별 배분 기준도 문제 삼았다. 추 지사는 “보통교부세 교부산식을 그대로 기금 교부기준에 적용함으로써 불교부단체인 경기도가 또다시 재원 배분대상에서 제외되게 생겼다”며 “이는 명백한 모순이자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세수를 창출한 지역의 기여와 인구, 미래성장 투자 수요 등을 반영한 별도의 배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향후 예산안ㆍ법안 심사에서도 지방에 돌아갈 재원 규모와 배분 기준을 둘러싼 보완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에 지방계정을 설치하고 지방미래성장지원금 등 지역 수요에 대응하는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방정부 지원은 결코 얇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