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의 가을철 진객 ‘참게’가 수십 년 만에 보기 드문 흉어를 맞았다. 예년의 경우 9월 말이면 어획량이 절정을 이룰 시기이지만, 요즘은 그물이 텅 비다시피 해 어부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임진강 참게는 예부터 맛으로 정평이 나 조선 시대에는 임금님 주요 진상품 중 하나로 꼽혔을 정도의 임진강 가을철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임진강 참게는 매년 2~3월 서해 어귀에서 임진강을 따라 한탄강까지 올라가 서식한다. 이후 8월 하순~11월 중순 서해 어귀로 되돌아간다. 산란과 월동을 위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화도 인근 서해 앞바다로 돌아간다.
임진강 어부 유새라씨가 지난 26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임진강에서 통발에 걸린 참게를 꺼내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박우군씨
장석진 파주어촌계장은 29일 “이달 말 들어 임진강 어부 100여명의 하루 참게 어획량이 300㎏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이는 예년 하루 어획량의 30% 이하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참게 치어(어린 참게) 방류의 효과로 어획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던 상황에 비춰볼 때 너무 이례적 현상이어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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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강댐 방류 및 고수온, 가을 가뭄 영향 추정
경기도와 파주시는 어족자원을 늘리고 주민 소득을 높여주자는 취지에서 지난 1997년부터 매년 참게 알을 인공 부화해 기른 치어(어린 참게)를 다량으로 매년 임진강에 방류해 오고 있다.
임진강 어부들은 제철을 맞은 참게가 갑자기 사라지다시피한 이유로 임진강 상류 북한 황강댐(총저수량 3억5000만t)의 방류를 꼽고 있다. 북한 황강댐에서는 지난 7월 집중호우에 앞서 저수량 확보 차원에서 황강댐을 방류한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어부들은 “댐에서 많은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면서 임진강 상류에서 서식하던 참게들이 하류로 일제히 휩쓸려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임진강 참게. 중앙포토
임진강 어부 박우군씨는 “이례적인 가을철 무더위로 수온이 높은 상태인 데다 가을철 강수량이 부족해지자 상류의 참게가 서해로 향하기 위해 하류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참게 수요 마저 저조해 가격 마저 내려가자 울상이다. 파주어촌계에 따르면 예년 어촌계에서 ㎏당 2만5000원∼3만원에 판매하던 생참게를 올해 가을에는 2만원∼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파주어촌계에 따르면 9월 말부터 1개월여간 잡히는 임진강 참게는 담백한 맛과 특유의 향이 일품이다. 조선 시대 ‘동국여지승람’에는 ‘강원도를 제외한 7개 도 71개 고을에서 참게가 나는데, 임진강 참게가 가장 많이 나고 맛도 좋다’고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