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나고야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포츠 클라이밍 남자 볼더링 경기에 나선 이도현. 사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암벽 천재’ 이도현(서울시청·노스페이스)이 아시안게임 볼더링 준결승 1위로 결승에 올랐다.
이도현은 29일 일본 나고야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볼더링 남자부 준결승에서 99.7점을 받아 15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위에 올라 8명이 나서는 결승에 진출했다.
볼더는 줄을 매달지 않고 4~5m 높이 인공 암벽에 퍼즐처럼 꼬아진 고난도의 홀드를 오르는 ‘문제 풀이’ 느낌의 경기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콤바인(볼더링+리드) 은메달리스트인 이도현은 이날 준결승에서 4개의 과제 중에서 4개를 모두 완등했다. 특히 2번과 4번은 순식간에 풀어냈다. 항저우 AG 금메달리스트인 안라쿠 소라토도 네 개의 과제를 모두 풀어냈으나, 시도 횟수 차에서 이도현이 앞서 2위가 됐다. 천종원은 첫 과제를 실패했으나 2, 3, 4번을 모두 풀어냈다.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이도현. 사진 노스페이스
이도현은 특히 2번과 4번 과제를 단 한 차례 시도 만에 성공하는 플래시(첫 시도에 완등)를 기록했다. 안라쿠 역시 4개 과제 모두 완등했지만, 시도 횟수에서 이도현에게 밀려 0.4점 차 2위에 올랐다. 이도현은 30일 결승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도현은 경기 뒤 “긴장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긴장했다. 문제를 풀면서 조금씩 좋아졌고, 재밌었다. 내일이 진짜이기 때문에 오늘 결과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에 오기 전 감기에 걸렸다는 이도현은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내가 준비한 것만 믿고 생각하면서 경기했다”고 했다. 안 낳고 있는데. 근데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제가 준비한 거 믿고 그것만 생각하면서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이도현은 ‘암벽수저’다. 부모님이 클라이밍 센터를 운영해 5살 때 시작했다. 그러나 어릴 땐 축구를 2년 정도 하다가 중학생이 된 뒤 본격적으로 선수로 나섰다. 이도현은 “클라이밍은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고, 항상 달라진다. 새로운 재미가 있어서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다”고 했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 이도현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사실 경기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부족했던 것만 기억난다”며 “그래서 더 단단해졌다. 변명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준비해 보자’는 마음으로 집중한다”고 했다.
종종 스파이더맨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실제로도 스파이더맨을 좋아한다. 하지만 더 좋아하는 별명은 ‘암벽 천재’다. 이도현은 “뭔가 잘 하는 느낌이라 천재가 더 좋다”고 미소지었다. 배우 이도현과 이름이 같은 그는 “(혼동되거나 검색순위에서 뒤쳐져도)전혀 아쉽지 않다.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의 과분한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하나하나 힘이 됐다. 그 분들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결승에서 내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했다.
29일 나고야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포츠 클라이밍 남자 볼더링 경기에 나선 천종원. 사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금메달리스트 천종원(대구시체육회·노스페이스)은 천종원도 첫 과제에 실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나머지 3개 과제를 모두 풀어내 결승에 합류했다. 6위(74.7점). 천종원은 “내가 약한 문제가 1번으로 나왔다.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데, 나머지 문제들은 잘 풀었다. 결승에서는 잘 해내고 싶다”고 했다. 천종원은 “나름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들을 많이 준비했다”며 “이번이 세 번째 아시안 게임이고. 다음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9일 나고야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포츠 클라이밍 여자 스피드 경기에 나선 성한아름. 사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이어 열린 스피드 여자부 예선에선 정지민(서울시청·노스페이스)과 성한아름(중부경남클라이밍)이 각각 2위(6초25)와 6위(6초84)를 차지하며 8명까지 진출하는 결승에 올랐다. 스피드는 15m 암벽을 먼저 오르는 사람이 승리하는 종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