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동메달을 딴 나마디 조엘진.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엄마 곽해경씨를 생각하며 달렸다고 했다. [뉴시스]
“100m 때도 올 걸 그랬나봐요.”
지난 28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이 열리기 전 만난 나마디 조엘진의 어머니 곽해경(48)씨의 표정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평소 아들의 경기를 자주 지켜보지 않았던 그는 모처럼 마음을 먹고 1박 2일로 일본에 왔다.
아들은 사흘 전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25일 열린 남자 100m 결승에 나선 조엘진은 10초19를 기록, 4위에 올랐다. 예선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여 내심 메달을 기대했으나, 간발의 차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그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감정이 북받쳤는지 “낳아주신 엄마께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7일 계주 예선에서도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1번 주자 김시온(27·국군체육부대)으로부터 조엘진이 배턴을 받다 실수가 있었고, 스피드가 떨어졌다. 가까스로 4위로 들어와 결승에 진출하는 듯했다. 하지만 심판이 이 과정에서 교대구역을 넘어섰다며 실격 판정을 내렸다. 이후 적극적인 항소를 통해 판정이 번복되며 가까스로 결선 무대에 섰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서민준(22·서천군청), 조엘진, 이재성(25·광주광역시청),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23·안산시청)가 차례로 힘차게 달렸다. 100·200m 2관왕에 오른 태국의 마지막 주자 푸리폴 분손이 맹추격했지만 비웨사가 먼저 골인했다. 38초43. 지난해 5월 세운 한국기록(38초49)을 갈아치우며 태국을 제쳤다. 1위는 중국(38초17), 2위는 대만(38초32)이었다.
숨죽이며 화면을 지켜보던 선수들은 3위가 확정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태극기를 걸치고 달리는 조엘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조엘진은 경기 뒤 “예선 경기 때문에 걱정도 하고, 그만큼 집중하기도 했다. 한국 신기록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고 메달까지 딸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금메달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아쉽긴 하다. 그래도 어제의 실수를 극복해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조엘진은 나이지리아 멀리뛰기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곽씨는 구리빛 피부에 곱슬곱슬한 머리의 아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아들은 씩씩하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조엘진은 이번 대회에서 금반지를 끼고 뛰었다. 최초로 10초대의 벽을 넘겠다는 그의 각오가 담긴 문구 ‘beyond 9.99(9.99초를 넘어서)’가 새겨져 있다. 곽씨는 “생일 선물로 해준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그에게 어머니는 ‘행운의 여신’이다. 조엘진의 어머니 곽씨는 “평소엔 경기장에 잘 오지 않는다. 경기를 지켜보기 힘들다. 식사도 잘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곽씨가 경기장에 올 때마다 결과가 좋았다. 전국체전에선 3관왕(100m·200m·400m)에 올랐고, 올해 7월 니가타 대회에선 한국 역대 2위 타이인 10초17을 찍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국 기록과 함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어머니와 함께 기뻐한 조엘진은 “경기 전에 어머니는 특별한 얘기를 안 하신다. 그냥 열심히만 하라고 하셨다. 실격당했을 때도 저녁까지 연락이 없으셨다”고 웃었다. 아들에게 부담을 줄까 걱정스러운 어머니의 마음이다. 조엘진도 이를 잘 안다. 그는 “어머니에게 목걸이 하나 걸어드릴 수 있어서 좋다. 색깔이 더 예뻤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더 자주 오시라고 해야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