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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같았던 패자, 김시우와 김주형

중앙일보

2026.09.29 08:01 2026.09.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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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팀 김시우(앞)와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포볼 경기 8번 홀 그린에서 함께 퍼트 라인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터내셔널팀 김시우(앞)와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포볼 경기 8번 홀 그린에서 함께 퍼트 라인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6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은 마지막 날 미국에 역전패해 우승컵을 내줬다. 그래도 대회의 주인공은 단연 김시우-김주형 듀오였다.

두 선수는 대회 전부터 인터내셔널팀의 ‘필승조’로 꼽혔다. 예상대로 팀 매치 네 경기를 모두 함께 뛰었다. 첫 이틀은 세션의 마지막 경기, 이른바 ‘앵커’로 나섰다. 팀 대항전에서 앵커는 세션 전체의 흐름과 기싸움을 결정하는 가장 무거운 자리다. 두 선수는 흔들림 없이 뒤를 지키며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두 선수의 활약은 라이더컵 역사상 최고의 듀오로 꼽히는 유럽의 ‘몰리우드’를 떠올리게 한다. 몰리우드는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와 토미 플리트우드의 이름을 합친 별명이다. 2018년 파리 라이더컵에서 네 경기를 모두 이기며 유럽 우승을 이끌었다.

김시우-김주형 조는 3승 1패를 거뒀다. 4경기를 뛰느라 마지막 경기에서는 졌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밀리던 인터내셔널팀이 싱글 매치 전까지 리드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두 선수 덕이었다.

두 선수의 호흡을 보여 주는 장면이 하나 더 있다. 둘은 평소 쓰는 공이 다르다. 포섬에서는 한 공을 번갈아 치기 때문에, 선수마다 선호하는 스핀양과 타구감이 다르면 호흡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김시우가 물러서 김주형이 쓰는 타이틀리스트 공으로 경기에 나섰다.

스타성도 대회를 뜨겁게 달궜다. 친근한 외모와 갤러리의 환호를 끌어내는 재치 있는 세리머니로 단숨에 시선을 모았다. 중요한 퍼트를 넣은 뒤 두 선수가 동시에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쉿’ 하는 제스처를 한 장면은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남았다. 미국 매체들도 이들을 “대회에서 가장 호감 가는 선수들”로 꼽았다.

김주형은 아시안게임 출전 일정 때문에 최종일 싱글 매치에 일찍 출발했다. 윈덤 클라크를 상대로 16번 홀에서 3홀 차 승리를 확정한 그는,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시우는 싱글 매치 9번째 경기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김주형이 골프장을 떠난 직후부터 밀리기 시작해 역전패를 당했다. 기자실에서는 “짝꿍이 없으니까 힘이 빠진 것 같다”는 농담이 나왔다.

양 팀을 통틀어 최다인 승점 4를 따낸 김주형은 “형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위기에 빠지면 형이 구해 주고, 형이 어려울 때는 내가 나서며 서로를 지켰다”고 말했다.

김시우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이 필요했다. 주형이가 늘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 덕분에 최고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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